매출은 추락 이자는 껑충, 자영업자발 ‘빚 폭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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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최근 들어 폐업 걱정을 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 부채 관리에다 금리 인상까지 이뤄지면서, 김 씨는 가게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절반 이상 급감하면서 지난해 집을 담보로 2억 5000여만 원을 대출받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가게 매출이 곤두박질치면서, 매달 신용 대출 수백만 원을 받아 가까스로 가게를 유지했다. 이렇게 쌓인 신용 대출만 수천만 원. 이제 1금융권 대출 한도를 초과했다. 이자도 큰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처럼 금리가 1~2% 수준이었을 때에도 이자를 겨우 감당했다. 지금은 대출 금리가 5%대로 오르는 바람에 한달 이자가 3~4배 뛰었다. 김 씨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영업 정상화는 먼 훗날 얘기다. 내년까지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른다고 하니, 앞으로 가게를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앞이 깜깜하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영 수익 악화, 부채 증가 불러
1인 평균 빚 3억 8000만 원 넘어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
대출 연장·이자 상환 유예 261조
감당할 여력 없어 ‘금융부실’ 우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빚은 불어나고 대출 이자까지 상승해 자영업자들이 원금 상환은 물론 이자 부담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 내년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돼 자영업자 부채가 ‘금융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자영업자 245만 6000명의 금융권 대출은 총 831조 8000억 원으로 1인당 평균 3억 3800만 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8.8% 늘었다. 이 같은 증가율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수익이 악화된 것이 자영업자 부채를 증가시킨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골목상권 현황’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자영업자 78.5%의 올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평균 22% 줄었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빚은 점점 불어나는데 대출 이자가 계속 오르는 것이다.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이자도 오르면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75%는 변동금리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5%포인트(P) 높아지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지난해 말보다 2조 9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 협회장은 “요즘 자영업자들이 만나면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부터 한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가계 운영비는 물론 애들 학원비에다 생활비까지 감당하기 위해 대출을 사용해야하는데 대출 이자 비용이 만만찮아 한숨부터 내쉰다”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궁여지책으로 대출을 만기 연장하거나 이자상환을 유예하고 있다. 22일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 현재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상환 유예 건수는 100만 건으로 금액만 261조 원이 넘는다.

코로나19 위기로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들의 부채 상환 능력이 회복되지 못하면, 결국 자영업자의 막대한 빚은 금융권에 부실을 초래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고 대출 상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이 절실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의 누적된 부실이 더 큰 빚 폭탄이 되기 전에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단순히 대출을 억제하는 관리에서 벗어나 위기에 처한 금융 소비자들을 위한 세심한 출구 전략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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