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기 이어 김문기까지… ‘대장동 변수’에 검찰 수사 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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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개발1처장이 21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현장 감식 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주무 부서장이었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윗선’을 향하던 검찰 수사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에 이어 사건 관계자 2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강압 수사’ 등 검찰 수사 방식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김 처장은 지난 21일 오후 8시 30분께 성남도시개발공사 1층 사무실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참고인 신분 조사 받다가 사망
강압 수사 의혹·비판 눈길 쏠려
‘윗선’ 수사도 제동 걸려 타격
“책임 회피 ‘꼬리 자르기’” 반발

김 처장은 2015년 2월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 주무 부서장을 맡았다. 그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핵심 인물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김 처장은 또 민간 사업자 선정 당시 유 전 기획본부장의 지시를 받던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심사위원을 맡아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이런 정황 탓에 김 처장이 공사 내 실세였던 유 전 기획본부장의 측근으로 사업 주무를 담당하면서 화천대유에 편파적인 평가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처장은 이 같은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당초 개발 주무 부서 담당자가 유 전 기획본부장 눈 밖에 나면서 자신의 부서가 사업을 떠맡게 됐으며, 민간사업자 선정 역시 평가 기준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인터뷰에서 초과이익환수에 대해 실무 부서에서 2∼3번 의견을 개진했지만 최종 사업 협약서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이 같은 의사결정을 주도한 것은 당시 전략사업실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였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지난 9월 출범 이후 김 전 처장을 여러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당시 조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김 처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검찰 수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처장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사법처리 대상에 오른 피의자 신분은 아니었다. 그에 대한 마지막 검찰 조사는 지난 9일이었는데, 당시에도 그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2주도 되지 않아 또다시 사건 관계자가 사망했다. 참고인 조사라고는 하지만 강압 수사 등 검찰에 의혹과 비판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윗선 수사도 다시 제동이 걸렸다. 유 전 본부장 사망 이후 한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검찰은 조만간 사업 결재라인에 있던 성남시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또 한 번 휘청이게 됐다.

김 처장 유족들은 ‘꼬리 자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처장의 동생 A 씨는 이날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실무자였을 뿐이었다”며 “형에게 밥을 떠먹여 줘야 했을 정도로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공사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부서장이었던 형에게 대외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 게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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