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 꺼지는 부산 아파트… 경매 낙찰률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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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파트 ‘불장’이 꺼지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률이 주춤하면서 경매 시장에도 한파가 닥쳤다. 낙찰률과 응찰자 수가 지난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낙찰가율은 여전히 90% 이상으로 높아 ‘대출 필요없는 부자만 집 사는’ ‘좋은 물건에만 돈이 몰리는’ 낙찰자와 물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22일 부산경매전문학원에 따르면 올 11월 부산지역에서는 총 161건의 아파트 경매 중 54건이 낙찰되어 낙찰률이 37.5%를 기록했다. 10월 낙찰률 60.4%의 3분의 2수준, 올해(1~11월) 평균 71.3%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또 응찰자 수도 올해 평균 4.9명을 기록하다 11월 들어 3.9명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낙찰률은 전체 경매건수 중 낙찰 비율이다.

11월 낙찰률 38% 응찰자 3.9명
올해 평균 71%의 절반 수준 ‘뚝’
대출 규제·금리 인상 등 ‘찬물’
세 부담 덜한 상가·토지로 눈 돌려
미분양 증가에 매매도 얼어붙어

최근 경매 시장의 하락세는 지난해 ‘불장’과 비교하면 확연하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낙찰률은 82.2%, 평균 응찰자 수는 6.9명에 달했다.

경매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것은 일반 매매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부산경매전문학원 노일용 원장은 “낙찰률과 응찰자 수가 줄어든 것은 경매로 아파트를 산 후 다시 시장에 되팔려는 경향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라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양도세 강화 등으로 부동산 거래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의 주요 지표들이 부산지역 아파트 ‘불장’이 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가 발표한 부산지역 민간분양주택(30세대 이상 아파트·주상복합) 미분양 현황에 따르면, 올 8월 951건이던 미분양 주택 수가 9월 962건, 10월 973건, 11월 976건으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부산지역 아파트 매매건수는 지난해 11월 1만 5964건으로 정점을 찍다가 올 10월 4001건으로 급감했다. 주택 매매 가격은 지난해 12월 2.12%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줄어들다 11월에는 0.65%으로 크게 둔화됐다.

투자를 위해 아파트 경매 시장을 찾던 이들이 토지나 상가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통신판매업과 경매를 병행하고 있는 백 모(29) 씨는 “거래가 어려운 주택 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장벽이 낮고 세금 규제도 덜한 상가나 토지 지분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관련 동의대 부동산대학원 강정규 교수는 “낙찰가율이 여전히 90% 이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대출 걱정이 없는 소위 돈있는 사람의 수요가 아직까지 있다는 것”이라며 “경매 시장에서도 ‘똘똘한 한 채’와 ‘매력이 덜한 물건’ 사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다.

낙찰 아파트 대다수가 인기 지역에 다수 위치하고, 감정가가 시세보다는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23일 낙찰된 부산진구의 ‘서면쌍용스윗닷홈스카이’ 아파트 34평형은 감정가가 4억 4800만 원이었지만, 5억 6338만 원에 낙찰됐다. 동일 평형대 최근 실거래가는 6억 9000만 원이다.

노 원장은 “투자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시세보다 저렴한 감정가 때문에 ‘알짜 물건’에 대한 실수요는 여전하다.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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