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환으로 ‘세상 하나뿐인 장난감’ 만들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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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장난감

난감 풍요의 시대다. 대형마트에도 문구점에도 편의점에도 장난감이 넘쳐난다. 많은 아이들이 장난감을 쉽게 사고 쉽게 싫증 내고 쉽게 버린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쓸모를 잃고 버려지기도 한다. 곧 크리스마스다. 또 수많은 장난감이 선물로 팔릴 것이고, 곧 버려질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장난감이 플라스틱이라는 데 있다. 플라스틱 장난감은 ‘제대로’ 버려지지 못하고 환경을 해친다. 또한 ‘장난감 빈부격차’의 문제도 있다. 합체 로봇과 같은 인기 장난감은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장난감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에 그친다.

장난감 풍요의 시대
문제는 대부분 플라스틱
매년 국내서 120t 버려져
울산 사회적 기업 코끼리 공장
장난감 기부받아 재활용
취약계층 아이에게 선물
환경 교육·업사이클링 체험도

■지구에 플라스틱이 쌓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양은 얼마나 될까. 환경부가 내놓은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2019년 기준)’에 따르면 하루 평균 폐합성수지류 발생량은 2019년 1만1013t에 달한다. 이 중 재활용 자원으로 분리 배출되지 않고 종량제 방식 등으로 혼합 배출된 양은 7430t이며, 그중 재활용된 것은 2677t에 그쳤다. 나머지는 소각되거나 매립됐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플라스틱 장난감은 매년 우리나라에서만 120t, 전 세계적으로는 240만t이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장난감은 소형 복합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다양한 재질의 플라스틱과 금속, 전기선, 고무 등 수십 개의 재료가 쓰여 일일이 분해하기도 힘들다. 결국 종량제 봉투에 담겨 쓸모를 마감한다.

2017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는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의 양과 현재 상태를 추적한 논문을 발표했다.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t이며, 그중 63억t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9%에 그쳤고, 12%는 소각됐다. 나머지 50억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우리 주변 환경에 그대로 남아 있다.

플라스틱 조각은 바닷속에도 쌓이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대 51조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들이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결국 우리 식탁 위까지 올라오고 있다.

플라스틱은 소각하는 과정에서 독성 가스가 발생하고, 매립하면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이 걸린다. 재활용도 까다롭다. 조금이라도 이물질이 묻어 있거나 하나라도 다른 재질이 섞이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넘쳐나는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과 재순환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책임이 필요한 이유다.



■‘장난감 선순환’을 만드는 공장

“저는 이제 터닝메카드가 재미없지만 어린 동생들은 좋아할 것 같아요.” 12살 초등학생이 집에서 챙겨온 장난감 보따리를 기부대에 올려놓았다. “그동안 버렸던 RC카들이랑 변신 로봇들이 너무 아까워요, 이렇게 기부하면 좋았을 텐데요”라며 ‘코끼리 배지’를 뿌듯한 표정으로 받아 들었다.

이곳은 울산시 중구 성안동에 있는 사회적 기업 ‘코끼리 공장’이다. 고장난 장난감을 수리해서 되살려 주고, 안 쓰는 장난감을 기부받아 취약계층에 나눠 준다. 재사용할 수 없는 장난감은 재활용한다. 환경교육과 업사이클링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코끼리 공장의 시작은 장난감 수리 봉사였다. 이채진 대표는 “장난감이 고장나도 쉽게 수리받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수리 봉사단체를 만들었다”며 “봉사 과정에서 기부받게 된 장난감을 수리해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나눠주게 되면서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끼리 공장이 기부받는 장난감의 양은 1년에 대략 200t 이상. 수리 후 재사용하는 장난감은 그중 70% 정도이다. 취약계층으로 나눠지는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환경 교육 재료로 사용되거나, 재생 소재로 만들어져 한 번의 쓸모를 더 만들어낸다. 결국 장난감의 선순환은 플라스틱의 선순환과 닿아 있다.

코끼리 공장의 ‘가치 있는 일’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협력하는 아동복지기관이 3000개 이상이 됐다. 장난감 기부가 쏟아지면서 취약계층에 나누더라도 폐기되는 플라스틱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 대표는 장난감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술 기반의 회사와 다양한 전문가 협업을 통해 소재 개발에 나섰고 ‘조명 방열판’을 개발했다.

울산시·동서발전·롯데케미칼·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과 협력해 ‘새활용연구소’도 함께 운영 중이다. 학교·아파트·가정·공공기관 등에서 페트병 뚜껑과 폐플라스틱을 수집해서 어르신들이 세척하고 분류한 후 재생 소재로 만들어낸다. 그 재생 소재로 화분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수익금은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다시 쓰인다.

이 대표는 “수익에 중심을 두면 장난감 수리 나눔을 할 수 없다. 개인과 기업·지자체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장난감 순환 활동에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눈으로 손으로 배우는 장난감 순환

코끼리 공장은 폐공장을 꾸민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코끼리 귀 모양을 형상화한 커다란 벤치가 눈에 들어온다. 바닥재와 테이블, 조명판은 플라스틱 재생 소재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엄마, 여기 펭귄에 뽀로로가 붙어 있어.” 전시된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본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다. 코끼리 공장 곳곳에서 빨간색 앵무새부터 길이 3m 고래, 펭귄, 거북이까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정크아크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정크아트는 폐자원을 활용해 제작하는 미술작품을 말한다. 이곳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서솔빈 작가는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했던 장난감을 알아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코끼리 공장의 정크아트는 더이상 수리하기 어려운 장난감을 분해해 만든다. 기관이나 단체에서 주문제작을 의뢰하기도 한단다.

올해 8월부터는 ‘장난감 순환’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예약을 받아 레진아트(액체 합성수지를 굳혀 제작하는 공예) 만들기를 하며, 체험 전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교육도 한다. 만들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더 이상 쓸 수 없는 장난감에서 나온 것을 잘게 자른 것이다.

“빨간 조각은 소방차였을까?” “파란색은 뽀로로 아니야?” “타요일 수도 있어”.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테이블에 앉은 아이들이 한 조각 한 조각 살뜰히 플라스틱 조각들을 챙긴다. 곰·토끼·하트 등 다양한 모양의 실리콘 틀에 플라스틱 조각과 레진을 넣어 굳히고, 그립톡·마그넷·열쇠고리를 달면 완성이다. 쉽게 버릴 수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장난감’이 됐다.

체험을 예약하고 코끼리 공장을 찾은 송정경(부산시 기장군) 씨는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보니, 아이에게는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한 인식을 심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 씨의 7살 딸은 장난감을 기부하고, 코끼리 공장에서 깨끗하게 수리해 놓은 다른 장난감과 교환해 갔다. “오늘 헌 장난감 대신 ‘새’ 장난감이 많이 생겼어요.” 뿌듯하게 돌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넘친다.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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