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관의 남북 시선] ‘3대혁명’을 선택한 김정은 정권 10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지난 17일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10주기이자 김정은 정권 출범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평양 서쪽 외곽의 금수산태양궁전 앞마당에는 추모 대회가 열렸고 많은 대중과 기관 일꾼이 참여했으며, 김정은 위원장 일행도 참배했다.

첫 줄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왼쪽에 제1부위원장 최룡해, 오른쪽에는 당 조직비서 조용원이 함께했고, 다섯 번째에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도 보였다.

1970년에 처음 등장한 개념, 재소환
사상 기술 문화 새 시대 다짐한 표현

최근 혁명 소조원, 대졸자 대거 선발
경제난 속 젊은 층 일자리 제공 차원

안팎 제재 삼중고 속 불가피한 선택
결국 남북, 북·미 대화로 해결해야


집권 10년째를 맞은 김정은 정권은 최근 삼중고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잇따른 자연재해가 그것이다. 아직 식량난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주식인 쌀과 옥수수를 제외하고 콩기름 설탕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이 2~3배 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제재 품목이 아닌 물품들도 코로나로 외부 수입이 차단돼 주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렵다.

더욱이 북한은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 외에 백신 접종이 안 되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코벡스가 470만 명분의 백신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져 곧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 접종이 시작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올 초에 경제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제시했는데, 객관적 조건이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 자원만 활용해 도약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속에서 북한이 선택한 전략은 ‘3대혁명’이다. 지난달 15일 북한은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개최했다. 1986년 처음 개최된 이후 2015년까지 10년마다 개최됐는데, 이번에는 6년 만에 열렸다.

과거를 살펴보면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순안공항에서 개별 차량으로 이동하던 남북 정상이 도중에 하차하여 함께 카퍼레이드를 했던 적이 있다. 이때 하차 지점이 평양 북쪽에 있는 ‘3대혁명전시관’ 건물 앞이었다.

다만 2007년 10월 정상회담 때의 하차 지점이 ‘4.25문화회관’이어서 차이점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했다. 4.25문화회관은 순안공항에서 3대혁명전시관을 지나 2km가량 시내로 더 진입하면 볼 수 있는 영생탑이 있는 교차로이자 번화가에 위치한 일종의 랜드마크 격의 건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10월 최초로 ‘국방발전전람회’를 개최했는데 그 장소도 바로 ‘3대혁명전시관’이었다. 이때만 해도 우연한 장소 정도로 생각했지만, 한 달 후인 11월 15일, 6년 만에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개최한 것을 볼 때 예삿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대혁명이라는 것은 40여 년 전인 1970년에 조선로동당 5차 대회에서 등장한 개념으로 사상, 기술, 문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로 사용됐던 표현이다. 이후 김정일이 후계자로 결정된 1974년 이후 ‘3대혁명 소조 운동’을 벌이면서 자신의 인맥을 중심으로 ‘소조’를 만들어 세력을 확장했다.

최근 3대혁명 소조 운동이 강조되는 것은 과거와 차이점이 있어 보인다. 북한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3대혁명 붉은기 쟁취 운동’과 ‘3대혁명 소조 운동’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사상에 대한 언급은 과거와 많은 차이가 있다.

“사상 혁명을 첫자리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김정은 동지의 혁명사상’, ‘총비서 동지의 사상’을 언급하고 있지만 과거 주체사상, 김일성주의 또는 선군사상과 같은 사상에 대한 전일적인 체계나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고 공개된 적도 없다.

3대혁명 소조원들의 선발 과정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 대졸자 대부분을 소조원으로 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1970년대 후계자 김정일은 권력을 다져 나가는 도구로 소조원을 활용한 측면이 있었는데,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권력을 장악한 지 10년이 지나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경제난 속에 일자리가 없자 이들에게 소조원이라는 직책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3대혁명은 새로운 돌파구라기보다 불가피한 선택지 중의 하나로 보인다. 아무튼 북한이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삼중고의 해결이 필요하다. 제재가 조금이라도 해제돼야 할 것이고, 백신 접종을 통해 수·출입 루트가 일부라도 개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절실하다. 지금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자제하는 것은 이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위드 코로나’가 어려운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코벡스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는 접종을 수락한 국가들에만 백신을 배정했다고 한다. 북한도 이 약속을 꼭 지키길 기대해 본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