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당 싹쓸이는 옛말”… 당보다 인물대결로 쏠리는 PK 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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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특정 세력이나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PK 지방선거가 ‘정당’보다 ‘인물’ 대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여야 PK 정치권도 본선 경쟁력이 뛰어난 지선 후보 찾기에 안간힘을 쓴다.

역대 부울경 지선에선 특정 정당 쏠림이 유달리 심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6회 선거 때까진 민주자유당→한나라당→새누리당 등 보수계열 정당이 PK 지선을 싹쓸이했다. 20년 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은 PK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을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최근 선거 ‘지역 쏠림’ 사라지고
여론조사 정당 지지도 격차 줄어
PK 정치권 지방선거 전략 수정
본선 경쟁력 잡을 인물 찾기 고심


반대로 지난 7회(2018년) 지선에선 민주당이 부울경에서 압승을 거뒀고 자유한국당은 참패했다. 4월 7일 열린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이 민주당 김영춘 후보에게 배 가까운 표 차이로 승리했다.

이는 인물보다 정당을 우선하는 PK 지선의 특징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내년 부울경 지선에서는 다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PK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후보나 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42%) 후보의 PK 지지도가 민주당 이재명(31%) 후보보다 11%포인트(P) 앞섰다. 하지만 2주 전(11월 30~12월 2일) 조사에 비해 윤 후보는 3%P 하락하고 이 후보는 3%P 상승해 두 사람의 부울경 지지도 격차가 6%P(17%P→11%P) 줄어들었다.

PK 정당 지지도도 마찬가지. 이 기관의 2주 전 조사에선 국민의힘(46%)이 민주당(22%)을 24%P 앞섰지만 이번에는 불과 8%P(국민의힘 35%, 민주당 27%) 차이에 불과했다.

SBS·넥스트리서치 조사(14~15일)에서도 국민의힘(35.1%)이 민주당(28.2%)보다 PK에서 6.9%P 앞섰고, 윤석열(36.2%)-이재명(30.7%) 두 후보의 부울경 지지도 격차는 5.5%P밖에 되지 않았다. 대구·경북에서 윤 후보(52.4%)가 이 후보(17.2%)를 훨씬 앞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 모두 PK 출신이 아닌 데다, 특히 윤 후보는 중앙선대위 인선 과정에서 지나치게 부울경 인사들을 홀대해 이 지역의 보수·중도 표심을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인터뷰에서 “우리 후보가 PK에서 70% 이상 득표해야 승리한다”고 했지만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국민의힘 한 출마자는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지선까지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여야 PK 정치권도 차츰 지선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대선에 매달리는 소극적인 접근법이 아니라 본선 경쟁력이 뛰어난 후보를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모 의원은 “현재의 지방의원 출신들로는 민주당 후보를 이기기 힘들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요즘은 경쟁력 있는 구청장 후보를 찾는 데 상당 시간을 보낸다”고 귀띔했다. 민주당 소속 모 구청장은 “인물 대결로 진행되면 무조건 이길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기택 기자 k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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