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탈피해야 할 선거 보도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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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시즌이다. 내년 3월 9일에 실시될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와 정당에 대한 언론의 보도 열기가 뜨겁다. 대의제 민주정치에서 선거는 크게 권력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시민에게 그들의 대표를 직접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며, 국민이 시민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안목을 갖추는 학습의 장이 된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린다.

언론은 크게 공명선거를 위한 감시 활동을 하고, 유권자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제공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선거 이슈에 관해 활발한 공론의 장과 시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제4의 권력이라는 언론의 자유를 헌법이 보장하는 이유이다. 이렇듯 선거와 언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생의 관계에 있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민주사회의 발전을 견인하는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선거 과정에서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언론이 과연 이번 대선 국면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선거·언론은 민주사회 견인 쌍두마차
의혹 전달 치중해 검증 보도에는 소홀
유권자 올바른 분석·판단 방해할 우려
감시 기능 강화·객관적 정보 제공해야

먼저 언론이 구태의연한 선거 취재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언론은 대선 후보와 캠프가 설정한 이벤트에 무리 지어 몰려다니며 일률적으로 가공된 정보를 전달하는 취재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이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24시간 동행’, ‘캠프 밀착 취재’, ‘후보 마크맨 기자’ 등의 관행적 선거 취재 표현과 행태는 구시대적일 뿐만 아니라, 선거 보도의 지향점을 흐리게 한다.

이러한 취재 관행은 정당의 정책과 후보의 공약에 대한 분석과 비판, 대안 제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언론의 올바른 의제 설정을 막는 반민주적 취재 방식이다. 캠프와 후보를 쫓아다니는 취재 보도 방식은 정치인의 이벤트성 행위와 발언 등 가십성 소재에 주목하게 하여 매체 간 속보 경쟁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언론은 일화적 이슈 중심의 선정주의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저널리즘과 언론의 가치를 좇아 전문주의로 갈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여 더 늦기 전에 뉴스 가치 및 의제 설정에 대한 기준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기자들에게 캠프가 만들어 주는 뉴스 현장을 쫓아다니며 관계자와 후보자의 이벤트와 입만 바라보게 하는 떼거리 저널리즘이야말로 언론이 타파해야 할 첫 번째 문제이다.

선거 보도에서 바뀌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검증 보도에 대한 언론의 잘못된 인식이다. 선거 보도 과정에서 검증의 대상은 크게 당의 대선 공약 검증과 후보자의 자질 검증, 이 두 가지를 포함한다. 먼저 언론은 각 당의 대선 공약과 정책을 엄밀히 비교해 가능성과 문제점, 극복 방안 등에 관해 사실적이며 전문적인 분석을 추구해야 한다. 유권자가 언론의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접한 뒤 각 당과 후보의 공약에 대해 하나의 견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검증 보도의 일차적인 본질이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국민의 지도자가 될 후보자의 도덕성 역시 언론이 검증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아무리 뛰어난 정책 능력이 있다 할지라도 후보자에게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있다면 국민이 지도자로 인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증 보도를 빙자한 의혹 보도가 언론사 간에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검증 보도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는 폭로성 보도는 국민의 선택을 호도할 수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력 정치인이나 후보가 중대한 의혹을 제기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며, 언론 보도를 위한 뉴스 가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의혹 보도는 제기된 의혹, 즉 단순한 주장 이상의 근거를 포함해야 하며, 언론사가 확립한 판단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검증 없는 의혹 보도는 결과적으로 정치인이 언론을 네거티브 공방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언론이 의혹의 확대 재생산처이자 나팔수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선거 운동 기간은 짧기 때문에 여론의 흐름이 빠르게 뒤바뀔 수 있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면 언론은 관련자의 증언 확보, 당사자 반론 청취, 물증 확인 등의 교차 검증 과정을 반드시 거쳐 보도해야 한다.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선거제도라는 민주주의의 꽃은 만개할 수 없을 것이다. 언론은 선거라는 대의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적인 제도를 보호하는 것 역시 언론에 부여된 중요한 기능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지금의 대선 국면에서 헌법이 부여한 언론의 자유를 더욱더 무겁게 받아들이고 관행적 취재 방식과 행태에서 탈피하려는 변화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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