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없고 접종 희망 적어…‘찾아가는 백신접종’ 시작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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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백신접종’이 시작됐지만, 접종 희망 수요가 저조한 데다 현장 인력까지 부족해 접종이 무산되는 학교가 속출했다. 정부가 청소년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한 백신접종 정책을 도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16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부산진구 연지동의 한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부산 지역 학교 곳곳에서 만 12~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백신접종’이 시작됐다. 부산진구청은 이날부터 약 6주간 관내 초중고 66개교를 직접 찾아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코로나 백신 집중 접종 지원 주간으로 정했다. 하지만 보건당국 인력 부족으로 대부분 구·군에서는 찾아가는 백신접종이 무산됐다. 현재까지 부산진구를 제외한 15개 구·군에서는 찾아가는 백신접종을 시작하지 않았다.

부산진구 뺀 15개 구·군선 무산
접종센터 문 닫아 인력 태부족
학교 단위 방문접종 ‘탁상행정’

청소년 백신 접종이 차질을 빚은 배경으로는 ‘인력난’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10월 30일 자로 부산진구와 사상구 외 14개 구·군에서 백신 접종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접종 업무를 담당한 의료팀 대부분이 해체됐다. 부산진구는 11월 30일 자로 접종센터가 가장 늦게 문을 닫아, 접종센터 의료팀을 이번 방문접종에 동원할 수 있었다. 정부 계획대로 방문접종이 추진된다 해도 접종 담당 의료팀이 해체된 만큼, 각 학교에 방문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청소년 접종 신청마저도 저조하다. 유일하게 방문접종을 시작한 부산진구의 경우, 접종 대상자 1만 5441명 중 접종 희망자는 812명으로 신청률이 5%에 불과했다. 신청자들이 실제 접종할지도 미지수다. 16일 접종을 진행한 초등학교에서는 당초 신청자가 29명이었으나, 실제 접종자는 10명으로 대폭 줄었다. 부산지역 전체에서 청소년 접종 희망자는 1만 478명(12.9%)이나 모두 접종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찾아가는 백신접종’은 사실상 ‘찾아오는 백신접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단위 방문접종을 실시하지 않는 구·군의 경우, 개인이 민간병원에 직접 방문해 접종을 받거나 학교 단위로 학생들이 위탁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예방접종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교사들이 학생 다수를 인솔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교사노조는 성명에서 시교육청의 ‘만 12~17세 소아·청소년 교사 인솔 학교단위 백신 시행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접종과 관련된 전 과정에 따른 책임이 교사에게 전가됐다는 주장이다.

학부모들의 반발도 여전히 거세다.초등생 자녀를 둔 박 모(44·부산진구) 씨는 “어른들도 부작용이 있는 백신을 선뜻 아이에게 맞히기가 겁이 난다”며 “대부분 학부모도 아이에게 접종시키지 않는 분위기라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불식되기 전에는 먼저 나서서 접종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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