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디토리움의 명반시대] (101)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Du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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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는 아마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동해 온 가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제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기억하는 것은 부모님이 그의 음악을 즐겨들었기 때문이었지요. 저 역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왕성한 활동을 했던 시기의 세대는 아니었으니까요. 어린 시절 이유는 잘 모르면서도 ‘그가 정말 대단한 가수다!’라는 어른들의 얘기로 인해 막연히 ‘정말 유명한 시대의 가수’로 항상 기억해 오고 있습니다.

2002년 발매된 앨범 ‘듀엣츠(Duets)’는 그의 정규 앨범이 아닌 여러 가수와의 듀엣으로 발표했던 음악을 담은 컴필레이션 앨범입니다. 사실 컴필레이션 앨범에 대한 소개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앨범이 나오게 된 계기를 아티스트와 매니지먼트 또는 제작자 사이의 입장에 관해 우리가 잘 알 수 없을뿐더러 그 속사정 역시도 다양하기에, 컴필레이션 앨범이 마냥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이미 2014년 정규 앨범 ‘파트너스(Partners)’를 통해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 존 메이어(John Mayer),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존 레전드(John Legend) 그리고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등 시대를 뛰어넘는 내로라하는 가수들과의 듀엣 앨범을 이미 선 보인 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듀엣츠’ 앨범을 지금 시대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접하는 이들에게 들어보기를 권하는 이유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누구인지, 왜 그가 그토록 찬사를 받아왔던 것인지 그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아주 잘 정리된 요약본 같아서입니다.

그는 에미, 그래미, 오스카 그리고 토니상 등을 수상한 몇 안 되는 아티스트입니다. 또 브로드웨이 무대부터 배우까지, 소위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경험함과 동시에 새로운 영역의 길을 만든 선구자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음악 자체의 훌륭함은 물론이거니와 팝 역사의 중요한 단면과 국면을 보여주는 ‘음악의 역사’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하는데요.

이 컴필레이션 앨범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음악과 시대별 흐름을, 듀엣이라는 모든 세대가 가장 사랑했던 그의 음악을 나열하여 들려줍니다. 우리가 음악을 듣는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시간과 세대를 연결하는 고리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마치 어린 시절 부모님이 왜 그 가수를 좋아했는지 알 수 없던 그 음악을, 내가 그 시절 부모님과 같은 세대가 되었을 때 다시 들어보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면서 지금의 나에게는 어떻게 그 음악이 들리는지, 그때 부모님과 그 세대의 어른들에게 이 음악은 어떤 감흥을 주었던 것인지 한번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듀엣츠’는 이 궁금증에 대한 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답을 찾아가는 재미를 주기에는 분명 충분해 보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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