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험생 등급까지 바뀔 수도… 이과 상위권 정시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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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 오류 파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 ‘정답 취소’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대입(수시·정시) 일정과 해당 과목 응시생을 포함한 수험생들의 입시 결과에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15일 수능 생명과학II 응시자 92명이 제기한 정답 결정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교육 당국은 이날 법원 선고에 따라 지난 10일 성적 통지 때 빈칸으로 둔 생명과학Ⅱ 응시생 6515명의 성적을 포함해 전체 44만 8138명에 대한 성적 산정을 마무리해 오후 6시부터 온라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정시 선발인원 최종 확정 지연
합격 가능성 예상 어려워 혼란
평균 점수 올라 표준 점수 하락
최상위권 수험생 경쟁률 상승

문제의 문항에 대한 사상 초유의 정답 효력 정지와 1심 선고를 거치며 올해 대입 일정은 시작부터 혼선을 빚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당초 16일이었던 일반대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 마감일을 18일로 이틀 연기했고, 합격자 등록 18∼21일,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 기간 22∼28일, 수시모집 충원 등록 마감 29일 등 나머지 일정도 하루씩 미뤘다. 교육 당국은 빠듯한 일정 탓에 대학 측이 겪을 혼란을 줄이기 위해 해당 문항의 기존 정답 유지 시 성적과 ‘전원 정답’ 처리 시 성적 등 두 가지 버전의 성적을 앞서 각 대학에 제공했다.

당초 예정(17일)보다 이틀 빨리 1심 판결이 나오면서 수시 전형에는 약간 여유가 생겼지만, 수시 합격자 확정이 늦어지고 정시 전형 일정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보통 수시 미달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는데, 촉박한 시일 탓에 학과별 정시 선발인원 최종 확인이 늦어지면 정시를 노리는 수험생들의 눈치작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올해 수능이 ‘불수능’에다 사상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져 예년보다 수험생들이 본인의 위치와 합격 가능 수준을 예상하기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불필요한 혼란을 추가로 겪게 된 셈이다. 특히 이과 상위권들이 주로 선택하는 생명과학Ⅱ 응시생들의 경우 20번 문항 ‘전원 정답’ 처리로 성적이 바뀌면서 연쇄적으로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수능 응시생 가운데 생명과학Ⅱ 응시자 비율은 1.5%(6515명, 부산 263명)로 미미하지만, 과학탐구Ⅱ 과목 중에서는 가장 많다.

입시업계는 20번 문항 ‘전원 정답’ 처리로 기존 5번 정답이 유지될 때보다 평균 점수가 올라가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1점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나타내는 점수로,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올라가고, 평균이 높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내라간다. 이번 출제 오류로 표준점수에 변동이 생기면서, 일부 수험생들은 백분위는 물론 등급이 바뀔 수도 있다.

더욱이 올해 문·이과 통합 수능의 영향으로 수학 상위권(1~2등급)을 이과 학생들이 독식한 것으로 나타나, 수학 변별력이 떨어진 만큼 상대적으로 과학탐구 변별력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생명과학Ⅱ 사태가 미칠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분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탐 변별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최상위권 구간 학생들이 더 밀집돼 점수 경쟁이 치열한데, 생명과학Ⅱ 사태가 이과 상위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수능에서 출제오류가 공식 인정돼 ‘복수 정답’ 또는 ‘정답 없음’으로 처리된 사례는 2004 2008 2010 2014 2015 2017학년도에 이어 이번이 7번째 수능이며, 문항으로는 9번째이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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