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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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자(1953~)

어디서 베었는지

따가워 찬찬히 살펴본 손바닥에

핏물이 배어나고 금이 가 있네



무심히 하루에도 열두 번 더

고마운 줄 모르고 마구 사용하다가

상처로 인해 찬찬히 살펴본 손



손가락 마디 굵어지고 거칠어지고

엄마손이 약손이라며

꺼칠하게 배 위에 닿던 감촉이 돋아나네



온 손에 실금의 지도가 뚜렷하네

지문 속에 고단한 한 생生이 담겨있네

손가락 마디 도돌이표로 손의 우주가 돌고 있네



-시집 <푸른 힘을 당기다>(2021) 중에서-



인간은 유인원 이후로 손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영장류와 다르게 진화하였다. 손의 사용은 뇌 기능을 발전시켜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불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고대 동굴의 벽화에서 손으로 그린 미술은 인류 예술의 시작이었고 손으로 두드리는 타악기는 음악의 시작이었다. 손으로 쓰는 문자는 한참 뒤에야 발명되었고 문자는 기록의 역사를 발전시켰고 문학이라는 예술은 불과 수백 년 전에야 시작되었다.

손은 몸의 집대성이기도 하다. 오장육부의 지표가 손에 다 들어 있어서 장기의 이상을 손으로 알 수도 있고 사람마다 모두 다른 고유의 지문은 유전자와 함께 개인의 식별에 사용되기도 한다. 인간의 몸이 우주임을 자각한 시인은 몸의 집대성인 손에는 전 우주가 들어있다고 말한다. 손의 중요성 때문인지 아직도 좌판보다는 펜으로 직접 원고를 쓰는 문인들이 많이 있다. 이규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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