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과 핵 협상 진행 이란, 뒤로는 위성 발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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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서방국들과 핵 협상을 진행하면서, 뒤로는 위성 발사를 준비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위성의 우주 발사가 현실화되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등이 공들여 온 이란과의 핵 협상이 난항을 겪을 우려가 크다. 미국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란의 우주 발사를 반대해 왔다.


외신 “우주 발사 위성 사진”
핵 합의 복원 위한 회담 변수
G7, 앞다퉈 중단 요구 나서

12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란이 위성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도 “이란이 이맘 호메이니 우주 기지에서 우주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 보도에서 전문가들은 이맘 호메이니 우주 기지 주변 움직임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근거로 이란의 우주 발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임스 마틴 국제문제연구소 비확산 연구센터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이전 우주 발사에서 나온 유압크레인, 지원 차량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면서 “전통적으로 우주선 발사를 하기 전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이 민간 우주 프로그램에 따라 몇 차례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란은 민간 우주 프로그램의 잇따른 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2009년 오미드, 2011년 라시드, 2012년 나비드에 이어 성과를 이뤘다.

이란의 우주 발사는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란 핵 협상에 제동을 걸 우려가 크다. 이란과 서방국가들은 빈에서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회담을 하고 있다. 미국은 그간 이란의 우주 발사가 결국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온 만큼, 이번 위성사진 공개에 따른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우주 발사가 이번 협상에 대한 이란의 강경 자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돼 서방 국가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루이스 연구원은 “그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면서 “내 생각에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정부가 다른 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앞다퉈 이란에게 핵 확대를 중단하고 이번 협상에 적극 나서라고 압박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교장관은 이번 협상에 대해 “이란에게 있어 마지막 기회”라면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란의 최근 움직임은 핵 협상에 있어 낙관적인 요소를 주고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신임 외무장관은 “우리는 현재 시간이 촉박하다”며 경고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이 체결한 것이다.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이란에게 가해진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고, 이란도 우라늄 농축에 나서는 등 핵 개발을 다시 시작했다.

현재 이란은 오스트리아 회담에서 취하고 있는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향후 미국 정권 교체에 관계 없이 추가 제재가 가해지지 않을 거라는 ‘보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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