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탄소라는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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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원소의 왕’이라는 탄소(C)를 놔줘야 할 때가 되었다. 주기율표에서 6번째인 탄소는 생명체에 불가결한 원소로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20세기의 신소재인 플라스틱, 나일론, 에너지원인 석유도 모두 탄소화합물이다. 이랬던 탄소가 지구촌 전체의 운명을 결정짓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것이다. 기후변화의 주범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CH4) 등 각종 탄소화합물이 있다. 이산화탄소는 말 그대로 산화된 탄소이다. 산소 분자를 떼 버리고 환원하면, 최종적으로는 탄소가 남는다. 메탄도 마찬가지다. 결합한 수소가 떨어지면 탄소만 남는다. 그 외 온실가스 중에 매우 적은 양을 차지하는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도 모두 탄소와 결합된 화합물이다. 결국,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탄소라는 얘기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실현
해양도시 부산도 배출 줄여야
해조류 흡수하는 블루 카본 등
구체적 계획 집중적 추진해야

탄소가 긴 시간에 걸쳐 전 지구를 도는 것을 ‘탄소 순환(carbon cycle)’이라 한다. 육상이나 해저에는 화석연료의 형태로 저장되고, 토양이나 식물에도 많은 양의 탄소가 있다. 해양에도 대량의 탄소가 녹아(용존) 있는데, 그 양은 대기 중 탄소의 50배에 달한다. 육상에 저장된 탄소도 오랜 시간에 걸쳐 순환하지만, 해양의 탄소는 대기와 쉽게 교환된다. 해양에서 해조류를 길러 대기 중 탄소를 해양으로 흡수시키자는 제안은 여기서 나왔다. 이런 사실을 직시하면, 기후변화 문제는 현재 대기로 배출된 온실가스나 탄소만의 문제로 정의할 수 없다. 만약 해양의 흡수 능력이 떨어지거나 해양에서 대기로 탄소가 배출된다면 급격한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산업 활동을 통해 대기 중으로 무작위로 배출하는 화석연료 기원의 탄소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군불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우리가 사는 온돌방이 너무 뜨거워졌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의 폭주는 바로 이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2021년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의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다. 글래스고 기후협약의 핵심은 대기로 배출되는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7.8% 감축하는 것이다. 2050년을 목표로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탄소와 해양이나 육상으로 흡수되는 탄소가 균형을 이루어 순배출 제로로 하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탄소 문제는 이제 우리의 선택이 아닌 필연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IPCC가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최소한 이 정도로 배출을 억제해야만 인류의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2050년에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탄소 배출을 어떻게 줄여야 할까. 우선 운송 수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로부터 배출되는 탄소를 감축해야 한다. 탄소 배출을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산업구조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독일, 일본, 한국은 2040년까지 무공해차 생산을 100% 달성하자는 데 동참하지 않았다. 현재의 산업구조를 갑작스럽게 변경하기가 어려워서다.

우리 정부는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 3대 정책과제와 10개의 목표를 설정했다. 그린에너지로의 전환, 산업구조 혁신, 전기 및 수소차 확대, 탄소 중립을 고려한 도시 개발, 저탄소 기업 육성, 지역 중심의 탄소 중립 등이 그것이다. 정부가 수립한 이들 과제나 목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주 부산 영도구에서 부산에너지전환포럼이 열렸다.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과 시민 참여 방안, 영도구의 탄소 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전략, 온실가스 감축 정책 등 다양한 토론이 있었다. 탄소 중립 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부산시는 대한민국 제2 도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해양도시다. 부산 역시 탄소 배출을 줄여 나가지 않을 수 없다. 탄소 정책을 확 바꾸어야 한다. 자동차, 화력발전소 등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되는 블랙 카본(black carbon)을 줄이고, 해양도시에 맞게 탄소 흡수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 생태계, 염생습지 등 해조류에 의해 흡수되는 탄소인 블루 카본(blue carbon)이나, 부산시 배후지역과 도심 내에서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는 그린 카본(green carbon) 정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까지 발 벗고 나선 부산이라면, 글로벌 해양수도에 걸맞은 기후변화와 탄소 중립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더 집중력 있게 추진해야 한다. 천사와 악마는 디테일 속에 있다고 한다. 체계적인 계획과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성찰과 현실적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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