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아트테크와 주식 투자, 욕망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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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철 문화부장

초욕망의 시대다. 유튜브 SNS 광고 드라마 영화 등과 접속하는 순간 우리는 거대한 욕망에 노출된다. 실시간으로 연결된 세계는 욕망을 한껏 증폭시킨다. 멋진 집과 차 등 풍족한 삶을 향한 욕망은 나와 너,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한다. 욕망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다. 뭔가를 갈망하는 것은 삶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현재 세상의 욕망 강도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욕망 달성을 위한 수단도 한 가지로 고정되었다. 돈이다. 돈을 벌어야만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면서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 일반화된 느낌이다.

이런 생각은 특히 나이와 반비례해 강해지는 것 같다. 나이에 따른 세대 구분을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지만 흔히 말하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보면 어릴 수록 더 예민하고, 더 욕망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부동산과 주식, 암호화폐 등 재테크에 관심을 쏟는 MZ세대가 이미 폭증한 상황이다.

실시간 연결된 세계, 인간 욕망 증폭
MZ세대, 미술품 거래 아트테크 몰려

‘공부 안 하면 수익 없다’ 주식과 닮아
눈멀게 하는 욕망 사로잡히면 ‘쪽박’

미학적 관점 기르며 긴 호흡 투자
작가 응원한다는 선한 생각 가져야


요즘엔 MZ세대의 재테크 관심 분야가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 아트테크 시장은 폐쇄적이었다. 고가 미술품을 취급하는 갤러리와 전문 화상들이 재력을 갖춘 소수 컬렉터들과만 거래하다보니 그 시장에 대한 정보 자체를 외부에서 알기 어려웠다. 즉, 미술품 거래는 부자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술품 시장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MZ세대 컬렉터가 유입되면서 이들을 위한 미술품 거래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다. 갤러리나 경매를 통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미술품 투자 플랫폼이 속속 등장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MZ세대를 위해 다수가 함께 지분을 나눠 소유하는 공동구매, 또는 초장기 할부판매 등 새로운 거래 방식도 생겨났다. 미술품이 부동산 거래와 달리 취득세와 보유세가 없다는 점도 MZ세대에겐 매력적일 수 있다. 세태를 반영하듯 영화배우 등 유명 연예인의 미술 작품은 인기몰이 중이다. 가격 부담이 적은 팝아트 작품도 MZ세대를 사로잡는다. 비트코인과 아파트의 가격 급등을 보며 학습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단 사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미술품 시장도 주식시장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세계 시장 경제와 정치, 사회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 것은 물론 자기 나름의 주체적 전망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원유와 금 가격 등 각종 경제지표 등락을 훤히 꿰야 한다. 자신의 판단 오류를 수정할 조언자 그룹도 있어야 한다. 매 순간이 판단의 연속이며, 이 과정에 오판, 실수를 범하면 씁쓸한 결과를 맞는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것은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욕망은 우리 눈을 멀게 만들고 조급하게 만든다. 평범한 주식 투자자들이 보유 종목 갈아타기를 반복하며 원금을 까먹다가 결국 보상 심리 때문에 점점 위험한 주식에 투자, ‘쪽박’을 차는 것도 이런 이유다.

미술품 투자 세계에도 주식 투자처럼 상장폐지라거나 거래 실종 등의 리스크가 상존한다. 한때 인기 있었지만 잊혀진 작가들도 적지 않다. ‘반짝’하고 이목을 끌다 사라진 IT나 바이오 기업 주식처럼 말이다. 주식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신이 찾아낸 기업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불쑥불쑥 올라오는 응원 철회 욕망과 싸우며 긴 호흡으로 투자한다. 미술품 투자도 동일하지 않을까. 주관없이 유행에 휩쓸려 산 작품은 처분조차 못할 우려가 크다. 미학적 관점을 길러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초부터 공부하자. 전시회에도 많이 가자. 고군분투하는 작가를 응원한다는 마음가짐도 잊지 말자.

미술 시장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하다. 우량주라고 할 유명 작가 작품만 선호되기 때문이다. 많은 작가들은 “유행에 맞춘 공산품같은 작품만 팔리고, 정말 예술성 높은 작품은 외면받는다”고 푸념한다. 또 어떤 작가는 작품이 워낙 안 팔리다보니 호당 가격을 받기는커녕 무게로 환산해 ‘땡처리’ 해야 할 판이라고 자조한다. 그동안 돈을 좇은 사람들이 재테크에 성공한 경우를 잘 보지 못했다. 아트테크 분야는 더 그렇다. 재능있는 작가를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후원하며 투자한 사람들만이 오랜 세월이 지나 대박을 선물받았다. 예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선한 생각이 가장 중요한 투자 성공 비결인 셈이다.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분명 권장할 만한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욕망은 불과 같다. 욕망을 제대로 다루는 법을 익히지 않은 채 계속 욕망하고, 더 욕망한다면 결국 ‘주화입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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