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보건소도… 방역 일선마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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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부산지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83명 발생해 부산도 하루 300명대 확진자 발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이 강화된 9일 부산역에서 방역요원들이 시설물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브레이크 없는 초유의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일선 방역 현장 곳곳에서 방역 체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 방역 현장에서 되레 방역 수칙을 어기거나 양성 판정 통보를 늦게 하는 바람에 방역망에 구멍을 내는 상황이 연거푸 일어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오미크론’ 변이가 퍼진 미국에서 부산으로 온 해외 입국자가 부산 북구청의 실수로 무려 4일간 격리 대상 명단에서 제외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의 가파른 확산 속도를 방역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음성 확인서 안 받고 입원 처리
뒤늦게 PCR 검사로 양성 확인
같은 병실 환자 퇴원 종용까지
검사 결과 나오기 전 “이름 없다”
양성 학생 등교 후 확진 통보

9일 부산 사하구청 등에 따르면 사하구의 한 병원에 한 환자가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 확인 없이 입원했다가 병실에서 뒤늦게 확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현행 방역 수칙에 따라 의료기관은 72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확인한 후 입원 환자를 받아야 한다. 이 병원은 호흡기 증상 등을 보인 환자 A 씨를 지난 8일 입원시키며 PCR 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받지 않았다. 병원 측은 이날 입원 조치를 하며 A 씨에 대해 PCR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A 씨는 다른 환자 5명과 만 하루가량 같은 입원실에 있다 이튿날인 9일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와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 문 모(59) 씨는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병원에서는 코호트 격리 대신 퇴원을 종용하며 재택 치료를 권유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병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PCR 검사 결과를 보고 입원시키는 것이 맞지만 평소 병원을 자주 찾는 환자여서 다소 안일하게 여긴 측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확진자 관리 업무를 맡은 구·군 보건소에도 비상이 걸렸다. 9일 연제구보건소에 따르면 이날 확진자 집계와 통보가 늦어지면서 전날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초등학생 B 군이 이날 등교하고 나서야 뒤늦게 확진 결과를 통보받았다. 9일 오전까지 결과를 받지 못한 학부모는 보건소에 연락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보건소 측은 “현재 확인된 확진자 명단에는 B 군이 없다”고 답했다. 학부모는 하는 수 없이 B 군을 학교에 보냈다. 등교 2시간 뒤인 이날 오전 11시께 B 군 이름이 포함된 확진자 최종 명단이 연제구보건소에 도착했다. 보건소는 급히 학교 측에 B 군의 양성 판정 사실을 알리고 전교생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연제구보건소 관계자는 “검사자 수 증가에 따라 결과 통보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정동식 교수는 “방역 당국부터 의료기관까지 일선 방역 현장에서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비상 상황에 대비하지 않으면 방역 체계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변은샘·탁경륜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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