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100. 슈프림스 ‘Where Did Our Lov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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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이 달라지듯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음악 그리고 청년이 되어서 또 노년이 되어서 듣는 음악 역시, 한 사람의 취향 안에 있지만 달라지기도 합니다. 가끔 보면 누군가는 심지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때 발표된 음악을 성인이 되어서 좋아하고 공감하기도 합니다. 또 반대로 노년이 되어서 이제 막 새로운 장르의 문을 여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음악적 언어를 가진 청년의 음악에 빠지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 음악들 자체가 세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음악이기에 당연히 가능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세대가 지나서 그 다음, 그리고 또 그 다음의 세대 등으로 이어져 어떤 음악이 우리의 귀를 잡아당기는 것이 무척 신기합니다. 단지 그 음악이 훌륭하고 멋진 음악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다소 설명이 충분하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얼마 전에는 가족이 함께 운전해서 길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는데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둔 저의 아들은 ‘아빠가 듣는 이 음악이 너무 재미없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음악은 제가 이 지면을 통해서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한 앨범 중 하나였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음악이 좋다 안 좋다. 또 너무 예스럽다, 촌스럽다, 등과 비슷한 맥락의 표현이 아니라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역시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듣는 음악은 왜 그것이 좋은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요. 지금의 저는 그때 비록 어렸지만 또한 새로운 세대이었기에 어른들의 음악이 이미 예스러운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의 기억들이 하나둘 더듬어 돌아보니 문득 제가 느꼈던 가장 가까운 감정의 표현은 바로 ’재미가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저의 아들이 저에게 얘기했던 것 그대로 말입니다. 음악에서 세대와 시간 흐름의 차이를 느꼈던 것이 아니라 그것과 상관없이 재미가 없었다는 것 말이지요.

저에게 제가 사는 동시대 음악이 아닌 다른 시대의 음악도 정말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앨범이 있습니다. 이 앨범은 분명 제가 세상에도 나오기도 한참 이전의 음악임을 직감하게 하는 정말 오래된 음악이기에 옛스럽고, 촌스러운 어른들의 음악이었지만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정말 재미있는 음악으로 저에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멜로디의 재미 말이지요. 그 앨범이 바로 1964년 전설의 3인조 그룹 ’슈프림스(The Supremes)’의 두 번째 앨범 ‘Where Did Our Love Go’입니다. 어떤 음악이냐고요? 그리고 슈프림스가 누구냐고요? 이번 주는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이 앨범을 검색해 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장담하건데 정말 무척 재미있을 것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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