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확인하느라 점심 장사 끝난다” 자영업자들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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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패스 적용 확대’ 혼란

“점심 장사로 먹고사는데, 백신패스 확인하다 손님들 다 나갑니다.”

8일 오후 12시께 부산 동구 초량동의 일식집. 식당을 운영하는 박 모(46)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식당, 카페 등으로 확대되면서, 바쁜 점심시간 방역패스 확인 업무가 더해진 박 씨는 인력난을 호소했다.

식당 입구는 방역패스 앱을 찾거나 앱 로딩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3명의 종업원 중 2명은 방역패스를 요청하고 확인하기 위해 대기 줄에 상주했다. 서빙을 맡은 종업원이 한 명뿐이라 속도가 늦어지는 탓에 테이블 곳곳에서 ‘음식이 왜 이렇게 늦어지느냐’는 불만도 속출했다.

식당·카페 ‘앱’ 로딩 줄서기
스마트폰 미숙 고령층 ‘난감’
“손님 다 놓치고 일손도 딸려
현장 모르는 방역수칙” 불만
시민들 “밥 사 먹기도 힘들어”

한 사람당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평균 5분 이상이 걸렸다. 백신패스 요청과 동시에 확인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앱에서 접종 완료 증명서가 뜨기까지 로딩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갓 도착한 손님들은 식당 밖까지 이어진 줄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박 씨는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기존 직원들로 서빙에 방역패스 확인까지 하려니 안내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빨리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조금만 늦어져도 식당을 나가 버린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하루 평균 60여 명이 찾던 이 식당은 40여 명으로 손님이 대폭 줄었다.

정부가 지난 6일부터 코로나19 특별방역 대책으로 ‘방역패스’를 전면 확대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현장 모르는 방역수칙’이라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점주들은 일일이 방역패스를 확인해야 해 인력난을 호소하고, 스마트폰 인증이 필요하다 보니 고령층은 스마트폰 방역패스 앱 이용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혼란을 겪는다. .

방역패스 요구에 사장과 손님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중구 남포동의 카페를 운영하는 최 모(33) 씨는 “어르신들에게 백신패스를 요청하면 ‘그런 것 모르겠다’며 막무가내로 입장하려는 일도 빈번하다”며 “특히 스마트폰이 아니거나 앱이 깔려 있지 않은 어르신들의 경우, 입장이 안 되는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야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갑자기 달라진 방역수칙에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시민 황도식(75·중구 남포동) 씨는 “출입명부는 수기로 작성하거나 전화를 걸면 됐는데 백신패스는 종이 접종증명서를 빼놓지 않고 들고 다니거나, 익숙하지 않은 휴대폰 앱을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휴대폰 사용이 미숙하면 밥도 먹기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정부에서 백신 접종 정보를 제공하는 앱(COOV 앱)의 경우, 스마트폰에 해당 앱을 깔고 인증서 등으로 본인임을 인증해야만 백신 접종 증명서가 발급된다. 이후에도 앱에 들어갈 때마다 비밀번호를 눌러야 백신패스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백신패스 설치 단계부터 부담이다. 온라인이나 주민센터 또는 현장에서 발급한 종이 예방접종증명서나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은 예방접종 스티커를 신분증에 부착해 제시해도 되지만, 이와 같은 내용은 충분히 홍보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이 크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김기홍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이 방역패스 확인 등을 위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방역대책은 현장에서 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며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시행과 이에 따른 처벌은 자영업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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