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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최근 인천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에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도 현장을 이탈하거나 곧바로 제지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대응한 사실이 드러나자, 경찰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지에 실린 ‘대상자 특성이 경찰 물리력 행사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에 따르면, 대상자가 흉기 등을 들고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 사건에서 ‘맨몸’으로 맞선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경찰이 이렇게 현장에서 최소한의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인권 보호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실제 경찰이 업무 현장에서 과잉진압을 했다는 이유로 형사고소를 당하거나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경찰 스스로 몸을 사리게 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인천 흉기 난동 부실 대응 논란 자초
경찰, 과잉 진압 이유로 소극적 대응
국회, 경찰관 형사상 면책조항 신설 추진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개혁은 미진
현장 대응력 강화, 교육·인력 지원해야
일회성 미봉책 아닌 전면적 쇄신 필요

필자는 얼마 전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피고인이 당시 엄격한 현행범 체포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게 되자, 폭행이 발생한 현장에서 체포를 시도했던 경찰관을 형사 고소한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그러한 일이 있더라도 담당 경찰관은 오롯이 그 사건을 홀로 감당해 나가야만 하는 것을 보고, 왜 현장에서 경찰이 그토록 소극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책임은 무한하고 권한은 없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목소리에도 이제 귀를 기울여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최근 국회는 현장에서의 경찰의 소극적 대응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경찰관의 직무수행 중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의 ‘형사상 면책조항’을 신설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에는 ‘경찰관이 긴박한 범죄 상황을 예방·진압하는 직무 수행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직무 수행이 불가피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때에는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위 법 개정을 두고 참여연대에서는 “감면 대상 직무 범위와 피해 범위를 너무 포괄적으로 규정해 경찰의 물리력 남용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며 개정안 처리 중단과 사회적 논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개정안을 의결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테이저건 쏴도 형사처벌 안 받게 하겠습니다. 열심히 뛰어 주세요'라고 법을 만드는데, 경찰은 현장에서 도망가기 바빴다"면서 "이번 법개정안은 경찰의 부실대응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개정안을 살펴보면, ‘긴박한 상황’,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로서, ‘직무수행이 불가피한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는바, 경찰 내부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여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고, 경찰관에게 어느 정도의 재량 판단의 여지를 주고 현장에서 적절히 대응하도록 맡겨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과잉진압 문제 발생 시 최종적으로는 직무집행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몫이 될 것이지만, 위와 같은 판단 하에 고의나 중과실 없이 경찰이 직무를 집행했다면 적어도 형사책임은 감경하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대폭 커졌지만, 이에 걸맞은 경찰 내부 개혁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사명감과 경찰 정신을 키워 주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고, 현장 경찰관들의 사명감을 높이면서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제도 개선은 물론 그에 맞는 인력·예산까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신고 출동 시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서 대처하여야 할 것이고, 돌발적인 기습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관련 매뉴얼을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일로 경찰청장은 경찰관 실전 중심 교육을 통한 현장 대응력 강화, 일선 경찰의 무기 사용 숙달 등을 강조하고 있다. 보여 주기식 미봉책이 아니라 경찰 내부 프로세스가 전면적으로 바뀌기를 고대한다. 이번 경찰의 부실대응 논란으로 무기 사용 등 현장의 물리력 강화가 이루어지면서 앞으로 경찰의 현장 과잉진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그래도 국민들은 112에 신고해서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면 적어도 나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며 타인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자에게는 그에 걸맞은 적절한 대응으로 진압이 이루어져야 하고, 적어도 경찰이 출동한 현장에서 버젓이 피해자가 살상을 입는 일은 두 번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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