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시장 불안… ‘안전’ 찾아 ‘머니 무브먼트’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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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등 다양한 변수로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돈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 시대 채권형 펀드, 주식, 가상자산 등에 몰리던 돈이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 투자 방식도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 투자로 선회하고 있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채권형 펀드, 주식, 비트코인 등 저금리 시대 수익성이 높았던 자산에서 돈이 유출되고 있다. 실제, 채권형 펀드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 나갔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외 채권형 공모 펀드에서 유출된 돈은 총 2조 3492억 원. 코로나19로 금융 시장이 불안했던 지난해 3월(3조 3765억 원) 이후 월간 최대 규모이다.

채권형 펀드·주식·비트코인 등
위험 자산에서 자금 유출 급증
개인, 한 달간 주식 5조 순매도
예·적금과 간접상품에 돈 몰려
금리 추가 인상 땐 더 쏠릴 듯

국내외 채권형 공모 펀드의 자본 유출은 6개월 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한 달 새 1조 7287억 원이 유출됐으며, 6개월 사이 3조 7197억 원이 줄었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도 6개월 새 6056억 원이 빠져나갔다.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출은 금리 상승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 관계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낮아진다. 당연히 금리 인상기에는 투자 수익률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이 팔아치운 주식이 산 주식보다 더 많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기준 금리가 인상된 직후인 이달 초 사흘 동안 2조 4900억 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무려 5조 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한편 가상자산들은 이달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7000만 원대였던 비트코인은 이달 4일 5600만 원으로 폭락한 이후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외 가상자산들도 이달 4일 20% 이상 급락한 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업비트, 다빗썸, 코인원 등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의 거래 대금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지면서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과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가상자산 등 고위험 시장에서 돈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형 펀드나 증시, 가상자산 등 돈이 빠져나가고 있으나, 안전 자산인 예·적금과 해외 주식형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655조 8962억 원으로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지난달 24일(653조 1354억 원)과 비교해 3영업일 만에 2조 7608억 원 증가했다.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이 전망되는 만큼 은행 예금으로 자금 쏠림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변동성을 피해 간접 투자 방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으로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77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고, 7거래일간 총 1306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도 118억 원의 자금이 들어와 5거래일 연속 순유입세를 보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오미크론,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위험을 줄이기 위한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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