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36. 생선회를 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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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어리숙해 보이는 이정은이 누구보다 ‘끝발’ 있음을 알아보는 것도, 모든 것이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은 이정은의 숨은 고생을 짐작하는 것도 차정원이다.’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설명하는 이 기사 문장에서, 작은따옴표를 친 ‘끝발’이 눈길을 끈다. 아마, 국어사전을 찾아도 안 나오니까 저렇게 처리한 것일 터.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한데, 사전에 안 나오는 이유가 있다. 옳은 말은 ‘끗발’이기 때문이다.

*끗발: ①노름 따위에서, 좋은 끗수가 잇따라 나오는 기세.(끗발이 나다./끗발이 오르다./끗발이 서야 돈을 딸 수 있을 텐데.) ②아주 당당한 권세나 기세.(끗발이 있다./그는 많은 재물을 축재하고 그 위력으로 권력까지 쥐고 흔들 정도로 끗발이 대단하였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에는 이렇게, ‘끝발’ 없이 ‘끗발’만 실려 있다. 엉뚱한 말을 찾으니 사전에 나올 리가 없었던 것. 이처럼, 요즘 기사를 보다 보면 ‘헉!’ 소리가 나올 때가 많다.

‘보니밤은 삶은 밤의 겉껍질만 까고는 보니 상태의 밤을 설탕물에 재서 먹는 음식이다.’

이 문장에서는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인 ‘보늬’를 ‘보니’로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두산중공업의 전체 수주액은 2015년 5조6000억원에서 3년 만에 2조7000억원으로 급감했는데, 전체 수주액의 90%가량을 차지했던 석탄발전 수주액이 5조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줄어든 게 주효했다.’

이 칼럼에서는 ‘주효했다’가 어색하다. 표준사전을 보자.

*주효하다(奏效하다):【…에/에게】효력이 나타나다.(우리의 설득이 그에게 주효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계약을 성공시키는 데 그의 노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어머니의 설득이 주효했는지 아버지는 마음을 바꾸셨다./이러한 선동은 동학군 자체의 사기를 높이는 데 적잖이 주효했다.<유주현, 대한 제국>)

효력은 ‘약 따위를 사용한 후에 얻는 보람’이라는 뜻. 그러니 ‘수주액 급감’이 좋아할 일이 아니라면 ‘주효했다’는 쓸 말이 아니었던 것. ‘영향을 미쳤다’ 정도가 적당했다.

‘이 빌리지는 전 세대가 남향을 바라본다.’

어느 신문에 실린 글인데, ‘남향을 바라본다’는 ‘남향이다’면 좋았을 터.

‘‘물회’는 생선회를 육수나 냉수에 부어 ‘냉국’ 형태로 먹는 음식이고….’

이 문장에서 ‘생선회를 육수나 냉수에 부어’는 ‘생선회에 육수나 냉수를 부어’가 일반적이다. ‘붓다’는 주로 액체나 가루에 쓰는 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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