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기업공개 ‘남의 일’… 부산은 코스닥에 달랑 1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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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코스피 기업공개(IPO) 실적이 기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미래 성장기업들의 상장이 잇따랐지만, 부산지역에선 수년째 이어온 저조한 상장 성적을 올해에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에 성장 기대주가 없고, 이런 미래 기업을 키워 낼 기반을 지역 경제계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코스피 신규 상장 기업은 20개(스팩 포함)로 전년(11개) 대비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연말 기준 2021년 코스피 신규 상장 기업은 23개 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2011년 25개 사) 최고치에 해당한다. 코스피 공모금액도 17조 원으로 종전 최대 규모인 2010년 8조 8000억 원을 2배 이상 상회했다. 코스닥의 경우 전년과 동일한 수준(103개 기업, 스팩 포함)을 지켰다.

코스피 신규 상장 기업 작년 2배
부산은 코스피 전무·코스닥 1곳
바이오 등 미래 업종이 상장 주도
부산 산업구조 걸맞게 재편해야
ICT기업 수도권 집중 해소도 과제

그러나 뜨겁던 IPO 열기도 부산으로 내려오면 싸늘하게 식어 버린다. 올해 코스피에 새롭게 상장한 부산 기업은 하나도 없다. 올해뿐만이 아니다. 가장 최근 코스피에 신규 상장한 부산 기업은 2018년 에어부산이었다. 이후 3년 연속 단 하나의 기업도 코스피 문을 열지 못했다. 지난 5년간 전국에서 신규 상장된 66개 기업(올 연말 예정 3곳 포함) 중 부산 기업은 단 1곳이었다.

코스닥에서는 그나마 1개 기업(씨앤투스성진)이 신규 상장해 체면을 살렸다. 스팩 합병(일승)까지 포함하면 올해 부산에서 2개 기업이 코스닥에 진출했다. 스팩 합병이란 기존에 상장된 페이퍼 컴퍼니(스팩)가 비상장기업을 합병함으로써 해당 비상장기업이 간접적으로 상장효과를 얻게 되는 것을 뜻한다. 씨앤투스성진은 마스크 제조업체이고, 일승은 보트 건조업체다.

이처럼 부산의 IPO 성적이 저조한 것은 부산의 산업 구조와 관계가 있다. 기존 제조업 위주로 구성된 부산의 경제 구조로선 새로운 유망기업의 출현이 어렵다. 올해 코스피 IPO가 뜨거웠던 것은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로 대표되는 미래 성장 기업의 상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 IPO 기업 중 공모금액 상위 5개 기업(크래프톤, 카카오뱅크, SK IET,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모두 해당 산업군에 포함된다. 이들 5개 사는 역대 IPO 공모금액 순위에서도 모두 10위권에 들 정도였다.

한편 지역 산업계에선 미래 성장 산업의 부재가 비단 부산 경제만의 문제점은 아니라고 말한다. 결국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방 산업계 대부분이 미래 성장산업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른바 ‘ICT(정보통신기술)의 남방한계선’이란 말이 있다”며 “IT, 플랫폼 기업들은 판교 이남으로는 내려오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부산상의가 지난해 작성한 ‘전국 및 부산 지역 ICT 산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ICT 업체들의 95%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와 관련, 부산상의 관계자는 “일자리와 인재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부산에 미래산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기존 창업 지원책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정책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부산의 중견 제조업 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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