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울경 ‘원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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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익 지역사회부장

‘모스크바, 로마, 오데사, 리야드. 함 이기보까?’

세계를 놀라게 한 넷플릭스의 초대박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장면처럼, 도전적인 문구 아래 줄다리기하는 시민들이 온몸을 뒤집으며 용을 쓰고 있다. 이른바 ‘원팀’으로 하나가 돼 죽을 힘을 다해야 죽지 않는 상황이다.

요즘 부산 도시철도를 타면 이 광고가 눈에 쏙 들어온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홍보용이다. 그러고 보니 부산 거리 곳곳에도 시민들에게 ‘함 이기보까?’라고 외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메가시티·엑스포·가덕신공항 추진 제각각
부울경 이해 관계 따지며 ‘계산기 두드리기’
양대 선거 블랙홀 속 미래 ‘3각 편대’ 살리기
부울경 ‘공동운명체’ 논의부터 시작해야

부산시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여야 후보들에게도 대선 주요 공약으로 ‘엑스포 유치’를 제안했다. 이에 화답하듯 최근 부산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북항을 찾아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 흔히들 부울경이라 부르는 동남권에 월드엑스포는 더없는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부산의 유치 노력을 경남과 울산도 공감하고 지지할까?

부울경은 내년 2월 메가시티라 불리는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새 시대를 맞게 된다. 지난달 합동추진단이 7대 수행사무도 확정했다. 부산과 울산, 창원, 진주를 4대 거점도시로 광역교통망이 촘촘하게 연결된다. 부산월드엑스포와 메가시티, 가덕신공항 ‘3각 편대’가 수도권 1극주의를 이겨낼 에너지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렇지만 부울경이 이 세 날개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를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힘들다. 오히려 부울경은 저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쁜 모습이다. ‘신삼국시대’를 보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올 5월 경남도가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73%가 ‘메가시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언뜻 보면 메가시티를 향한 전폭적인 지지와 열기가 끓어오르는 듯하다.

그러나 올 7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물러난 뒤 경남에서는 메가시티를 추진할 동력을 크게 잃었다는 얘기가 나돈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경남 서부지역 도의원들은 진주시청에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메가시티를 추진하면 ‘대도시권 부산 빨대 효과’와 공동화로 서부경남이 더 소외되고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울산에서도 “메가시티로 부울경이 1일 생활권이 되면 결국 부산으로 많은 것이 흡수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한다. 정부가 내년 2월 메가시티 출범을 서두르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 벼락치기 숙제 해결’에다 대선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 역시 경남과 울산이 ‘부산만의 일’로 관망하는 태도가 역력하다.

걸림돌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 상황과 코로나19다. 내년에 덮칠 ‘선거 쓰나미’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게 확실하고, 그 와중에 지방선거 180일 전인 지난 3일부터 단체장들은 선거법 족쇄를 차게 됐다.

더구나 오는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까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로마, 모스크바, 리야드 등 유럽과 중동권 도시와 달리 아시아 도시 부산으로선 유치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더 암울한 문제는 내년 대선에서 어떤 유력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균형발전에 힘이 실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권이 교체되든, 아니든 국가사업인 부산엑스포 유치와 메가시티 추진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 미지수다. 유력 후보 중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앞세워 강조하는 이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울경이 ‘원팀’이 될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날개가 제각각 움직이면 동체는 추락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당장 눈앞의 일을 처리하기 벅찬 모습이다.

이 지점에서 부울경 단체장이 머리를 맞대고 “더 큰 숲을 보자”고 나서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가덕신공항은 서부경남 항공산업 발전에 큰 계기가 될 것이며, 부산엑스포 개최는 울산과 경남의 산업 재편에도 더없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2015년 엑스포를 치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신산업 800종이 생겨났다고 한다.

부울경 800만 시도민이 공생할 길이 부산월드엑스포와 메가시티, 가덕신공항에 있다는 공감 전략을 새로운 ‘부울경 테이블’에서 당장 마련해야 한다.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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