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라톤… 수능 성적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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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에서 등수는 중요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에게 힘든 마음을 털어놓으라고 조언한다. 부산일보DB

2022학년도 수능 성적 발표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사상 첫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 데다, 역대급 ‘불수능’으로 여겨져, 그 어느 해보다 수험생들의 혼란이 크다. 전문가이자 인생 선배들은 수능 성적은 끝이 아닌 시작일 뿐,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한 시기라고 조언한다. 기대와 안도, 불안과 실망이 교차할 수험생들이 어떻게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청소년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봤다.


첫 문이과 통합·불수능 겪은 수험생
10일 수능 성적 발표 앞두고 불안감
스트레스 관리에 대화·부모 역할 중요
청소년상담센터 도움 받는 것도 좋아
정시 전형·편입·전과 등 향후 진로 다양


■잠깐 멈춰보면 어떨까

“대비를 못한 내 잘못인 것 같아, 누구에게도 못 털어놓겠어요.” “수능 점수가 잘 나오지 않은 내 자신이 가치가 없는 것 같아요.” 최근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게시판에 올라온 수험생들의 호소다.

청소년들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받는 대표적인 감정이 불안과 우울이다. 성적표를 받아들기 전엔 불안감이 크다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이 들 때, 전문가들은 주변을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친구들이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소수연 상담복지연구부장은 “청소년들은 아직 시각 자체가 폭넓게 형성되지 않은 시기라 결과를 놓고 더 많이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며 “주변 사람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다’는 걸 알게 되고, 안도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시 거리두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루 이틀 정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머리를 비우는 것이다. 너무 몰입해 심각한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하루이틀 뒤 다시 마주하면 상황이 달리 보인다. 가족·친구와 여행을 떠나거나 입시와 무관한 일에 몰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상의 재충전이 될뿐더러 불행한 감정의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수험생들이 성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특히 중요한 게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가 성적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는 건 자녀가 표현할 기회를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에, 최대한 귀를 열고 들어주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24시간 상담 활용을

우리나라 수험생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여성가족부의 ‘2020 청소년백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정신건강은 점점 나빠지는 추세다. 특히 고3 학생들의 경우 스트레스 인지율(2019년)이 남학생은 34.9%, 여학생은 52.3%에 달했다.

특히 우울감 경험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3 남학생의 경우 23.6%(2017년)에서 25.2%(2019년)로, 여학생도 같은 기간 32.2%에서 36.5%로 치솟는 등 전 학년에 걸쳐서 증가하는 양상이다.

우울감에 시달릴 때 부모나 친구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을 상황이 아니라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과 지역센터에서 운영하는 상담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부산에는 부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비롯해 강서구를 제외한 15개 구군에 지역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운영 중이다. ‘청소년전화1388’(휴대전화의 경우 지역번호+1388)로 365일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백진영 센터장은 “전화로 부족할 경우 센터를 방문하면 심리검사와 일대일 상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얼굴이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게 부담스럽다면 온라인상담도 있다. 1388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www.cyber1388.kr)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1대1 채팅상담이 가능하다. 게시판상담실에 고민글을 올리면 24시간 이내에 답변을 받아볼 수 있다. 모바일로도 카카오톡(‘청소년상담1388’ 검색 후 채널추가)·문자메시지(수신자 번호 ‘#00001388’ 입력 후 고민전송) 등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진로엔 ‘정답’ 없어

전문가들은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대로 진로탐색과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동명대 청소년상담학과 박수영 교수는 “수능 이후는 운전면허를 비롯해 평소 관심 있던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신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데 상당수 학생들이 수능 성적에만 매몰돼 시간을 허비한다”며 “자녀들이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모님이 적극 조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수시에서 좋은 소식이 없더라도 좌절하기엔 이르다. 올해는 정시 정원이 지난해보다 4000명 이상(일반대학 기준) 늘어, 이달 30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의 대학별 기준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오는 21일(화) 오후 7시 동서대 소향아트홀(사상구 주례동)에서 고3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정시모집 입학설명회를 마련한다. 부산지역 23개 대학과 서울지역 주요 10개 대학을 중심으로 202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부산진학진로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15일까지 선착순(300명) 신청을 받으며, 백신 접종 완료자만 참석할 수 있다.

이에 앞서 16일 오후 2시에는 메가스터디교육이 홈페이지와 모바일웹을 통해 ‘2022 정시 최종전략 랜선 설명회’를 개최한다. 메가스터디교육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과 메가스터디그룹 손주은 회장의 강연을 만나볼 수 있다.

수험생의 마지막 관문인 ‘대입’. 목표로 한 대학·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노력은 하되, ‘당락’이 전부가 아니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편입, 전과, 복수전공 등 원하는 진로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길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교육청 황서운 진로진학지원센터장은 “인생이란 긴 마라톤의 출발점에 서 있기 때문에 지금의 1등·2등은 큰 의미가 없다”며 “본인 의지만 있으면 복수전공·부전공 등을 통해 얼마든지 선택지를 넓힐 수 있고, 대학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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