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불해협 건너던 난민 보트 참사 책임 소재 놓고 영-프 감정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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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불해협을 건너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가던 난민 27명이 보트 전복으로 숨진 사건 이후, 영국과 프랑스가 책임 떠넘기기를 하며 감정의 골만 더 커지고 있다. 두 나라는 브렉시트 이후 어업권 분쟁과 프랑스의 디젤 잠수함 판매를 좌절시킨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오커스(AUKUS) 등의 문제로 이미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태였다.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간)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가 영국 존슨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입수했다”며 “프랑스가 영국 측의 프랑스 해안 공동순찰 제의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존슨 총리, 마크롱 대통령에 서한
공동순찰 제의 내용 트위터 공개
카스텍스 총리, 제안 거절 서한
‘주권’ 거론했지만 감정 문제 섞여
브렉시트 이후 사사건건 대립

앞서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난민의 영불해협 이동을 막기 위해 프랑스 해안에서 공동 순찰을 벌이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공동 순찰 등 5가지 방안을 제시하며, 제의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해 프랑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특히 공개 서한문은 개인적인 편지에서나 쓰는, 이름을 부르는 형태의 ‘디어 에마뉘엘’로 시작해 정상 간의 서한으로는 격이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정상들은 이런 사안에 관해 트위터나 공개 편지로 소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내부고발자가 아니다”고 말하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제안은 영국 존슨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했지만 답변은 마크롱이 아닌 카스텍스 총리로부터 나왔다. 카스텍스 총리는 공동 순찰 제의를 거절하는 이유로 주권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영국 경찰과 군대가 우리 해변을 순찰하는 것은 영토 주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카스텍스 총리는 난민 유입 문제는 어디까지나 영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프랑스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영국이 불법 이주민에 대한 더욱 강력한 송환 정책을 펼친다면 이주민 유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의 이민 담당 장관들과 난민 참사 해결 회의를 열고, 영국 정부가 이주민들을 합법적으로 받아들이고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이주민들이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으로 국경을 건너는 수요가 생기는 것”이라며 “프랑스는 매년 15만 건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는 데 비해 영국은 3만 건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반면 영국은 이번 난민 보트 참사가 일어나기 전, 프랑스 당국이 해안에서 보트를 목격하고도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고가 프랑스 영해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영국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프랑스 북부 해안가에서 영국으로 향하던 고무보트가 침몰하면서 임신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이주민 27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참사에 대한 책임과 대책을 두고 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 사고는 영불해협이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출신 이주민의 영국 밀입국 주요 경로가 된 이후 희생자 규모가 가장 컸다.

두 나라는 브렉시트 이후 어업권 분쟁과 프랑스의 디젤 잠수함 판매를 좌절시킨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오커스(AUKUS) 등의 문제로 이미 관계가 악화돼 있다. 어업권 분쟁은 영국이 올 1월 말 EU를 탈퇴하면서, 영불해협에 있는 영국령 저지섬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영국 영해에서의 해외 선박 어업권을 대폭 축소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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