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와 공천 갈등 → 영도서 보이콧 → 총선 패배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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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환된 ‘김무성 옥새 파동’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갈등을 이유로 부산에서 잠행을 이어가면서 2016년 총선 때 ‘진박’(진짜 친박근혜) 후보 공천에 반발한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옥새 파동’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 김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 전횡에 불만을 품고 부산에서 잠적한 것이 이 대표의 이번 행보와 닮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대표 흔들기에 반발
직인 들고 부산행, 당무 거부
25시간 만에 상처 뿐인 ‘봉합’
후유증에 지지층 투표율 하락
이준석 ‘2016년 파동’ 연상 의도
‘패싱 잠행’ 실익은 크지 않을 듯


■‘진박 공천’에 金 ‘옥새 들고 나르샤’

김 대표는 2016년 3월 ‘친박계’의 당 대표 흔들기에 반발, 당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향하면서 새누리당 20대 공천 갈등의 정점인 ‘옥새파동’을 연출했다. 서울 은평을, 송파을, 대구 동갑·을, 달성군 5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공관위의 진박 후보 공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김 대표는 그해 3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지역을 무공천으로 남기겠다는 말과 함께 후보 등록 마감일인 25일까지 최고위 문도 열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와 당무 보이콧에 돌입했다. 그러자 원유철 원내대표 등 당내 친박계 지도부는 김 대표의 행동에 맞서 같은 날 오후 최고위 소집을 강행했으나, 최종 공천 의결은 당 대표의 당인과 직인을 찍는 절차가 필수적인 까닭에 이들의 계획은 무산됐다. 당시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영도다리에서 취재진을 만나 “정치인은 오직 국민만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며 진박 공천 무산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양측은 협상을 이어갔으며 김 대표의 ‘옥새 투쟁’ 25시간 만에 은평을과 송파을, 대구 동을은 결국 무공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이로써 봉합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해당 논란으로 인해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등 후유증이 발생, 지지층의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은 그해 총선에서 낙승 예상을 깨고 패배했다.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21대 총선까지 전국단위 선거 4연패를 기록하며 보수 정당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닮은 듯 다른 김무성-이준석 부산행

이 대표의 경우 연고가 없지만 파업의 목적으로 부산을 찾으면서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2016년 옥새 보이콧 파동을 연상케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총선 공천안 최종 날인자 위치에 있었던 김 대표와 달리 이 대표의 경우 이미 대선 후보가 확정된 상황인 만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윤 후보로부터 일방적인 패싱을 받은 이 대표가 이번 사태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와 이 대표가 갈등을 풀어가는 양상도 다른 분위기다. 2016년 당시 김 대표의 공천권 발동을 위해 원 원내대표 등 친박계가 전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사태의 경우 윤 후보 복심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이 대표의 당협사무실을 방문한 것 외에는 ‘친윤(친윤석열)계’의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윤 후보도 1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 본 적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본인이 휴대폰을 꺼 놓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연락하겠다)”이라고 답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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