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폐사에 가격 폭락까지… 굴 양식 어민들 ‘속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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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모르니 더 갑갑합니다.” 1일 국내 최대 생굴 산지인 경남 통영시 용남면 앞바다. 하얀색 부표 사이에 갈고리를 던져 바닷속에 잠긴 밧줄을 끌어 올리자 역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지금쯤 다 자란 굴로 묵직해야 할 ‘봉줄’(굴이 매달려 자라는 줄)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비쩍 말랐다. 5m 길이를 모두 훑어도 붙어 있는 굴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마저도 대부분 입을 벌리고 알맹이를 토해 낸 상태다.

통영·거제 등서 잇단 폐사 신고
외국인 노동자 부족 인력난 가중
생산량 감소에도 가격은 내림세
국립수산과학원, 원인 규명 착수

어장주 이재상 씨는 “적은 곳은 30~40%, 심한 곳은 (전체 입식량의)80% 이상 죽었다”면서 “이전까지 폐사가 없던 어장에서도 폐사가 발생하고 있는데, 25년 만에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달 넘게 폐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저런 추정만 있을 뿐 아직 뚜렷한 원인을 못 찾고 있다”며 “올해만 할 것도 아니고, 이유를 알아야 내년을 대비할 텐데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경남 남해안 굴 양식업계가 난데없는 집단 폐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노동자 수급이 안 돼 인력난에 허덕여 온 업계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원인조차 알 수 없는 어민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잇따른 악재에 생산량은 줄었는데, 연중 최대 성수기인 김장철에도 굴 가격이 오히려 내림세라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통영에 본소를 둔 굴수하식수협에 따르면 1일 현재 접수된 양식 굴 집단폐사 신고는 모두 362건이다.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이 195건으로 가장 많고, 고성과 거제에서도 각각 95건, 68건 신고됐다. 피해 면적은 850여ha에 달한다. 이는 경남지역 전체 굴 양식장 3200여ha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평균 폐사율은 60% 이상, 피해액은 100억 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수협 관계자는 “자연 폐사 정도라 생각했는데, 10월 초매식을 전후해 본격적인 수확에 나서면서 실태가 드러났다. 특정 해역에서 발생했던 이전 사례와 달리 진해만에서 자란만까지 경남 남해안 전체 해역에서 폐사가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올해 폐사를 ‘특이 사례’로 보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수과원 관계자는 “이 정도로 광범위하게 (폐사가)발생하는 건 굉장히 특이한 형태여서 현재로선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시료 4~5건을 분석해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번엔 시료만 100건이 넘는다.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어민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해황을 지목한다. 지난여름 고수온에 이어 빈산소수괴(산소부족 물 덩어리)까지 덮치면서 누적된 피로가 뒤늦게 폐사를 유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굴수협 지홍태 조합장은 “두꺼운 껍데기가 있어 다른 양식생물에 비해 주변 환경 변화에 무디지만, 올여름엔 수온이 34도까지 치솟아 굴도 버티기 힘든 환경”이었다며 “제대로 성장을 못 한 상태로 폐사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버텼는데, 곧이어 빈산소수괴가 발생하면서 골병이 든 듯하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작황이 나쁜 상황에 폐사까지 겹치면서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수협 공판장 위판량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100t 남짓으로, 예년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통상 물량이 줄면 가격이 뛰는데 올해는 그렇지도 않다. 10kg들이 1상자 평균 13만 원으로 작년 이맘때보다 1만 원이나 떨어졌다. 출하 직후 20만 원을 넘나들던 것과 비교하면 급락 수준이다. 게다가 지금은 굴 소비가 정점을 찍는 김장철이다.

수협 관계자는 “11월 들어 하루, 이틀 반짝 올랐다가 계속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김장 특수를 고려하면 결코 좋은 가격대가 아니다”고 전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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