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사라진 붕어빵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2월로 들어서자마자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사람들도 몸을 움츠린 채 종종걸음으로 바삐 거리를 오간다. 날씨가 추워지면 자연스레 길거리의 대표적인 겨울 간식 붕어빵 생각이 절로 난다. 적당하게 구워진 노르스름한 색깔에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따끈따끈한 팥으로 채워진 붕어빵은 차가운 날씨에 딱 어울리는 입안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올해는 거리에서 붕어빵 가게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가격도 껑충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체로 1000원을 주면 3개를 살 수 있었지만, 올해는 2개로 줄어든 곳이 많다. 찾기도 어렵고 개수도 줄다 보니, 이제는 길 가다가 생각나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예전의 그 만만한 붕어빵이 아니다.

‘붕어빵의 계절’을 우울하게 만든 원인은 재료 가격 상승. 최근 붕어빵 안을 채우는 데 드는 수입산 팥(40㎏)의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17%가량 올랐다고 한다. 여기다 업소용 식용유(18L) 가격도 올해 초보다 2배로 뛰었고, 밀가루값 역시 많이 상승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최근 거래되는 밀의 t당 가격은 작년보다 40% 이상 급등했다.

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붕어빵을 팔아도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붕어빵 가격을 올리면 길거리 간식의 가격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어 매출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촉발된 전 세계의 인플레이션 파고가 겨울철 서민의 대표적인 간식까지 길거리에서 몰아내고 있는 셈이다.

붕어빵 가게를 찾기 힘들어지자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가게 위치 정보를 알려 주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하는 모습이다. 가격 정보는 물론 별점이나 후기도 제공한다. 붕어빵·잉어빵·호떡 등을 파는 권역을 의미하는 ‘붕세권(붕어빵 + 역세권)’이라는 말도 생겼다. 코로나19 여파에 뒤따른 전 세계 인플레이션 와중에 생존의 갈림길에 처한 붕어빵의 처지가 애잔하기까지 하다.

1930년대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 온 붕어빵은 1990년대 복고적인 정서를 타고 유행하면서 서민들에게 1000원의 행복을 만끽하게 했다. 한겨울을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는 추억과 그리움까지 선사했다. 코로나19로 마음은 답답하고 날씨마저 몸을 움츠리게 하는 요즘이다. 흔하던 붕어빵마저 사라진다면 이 겨울 길거리는 더욱 쓸쓸할 것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