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35. ‘애시당초’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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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우리가 의례 표준어라 생각했던 말들이 비표준어여서 늘상 놀라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전 찾기를 게을리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 문장에서 비표준어를 2개 찾아보시라. 뭐, 눈치로 대충 봐도 ‘의례, 늘상’정도밖에는 없어 보이지만…. 먼저 ‘의례’는 ‘으레’로 써야 한다. 어원이 ‘의례(依例)’이기는 하지만, 이젠 ‘으레’만 허용된다. ‘구환(救患)/병구환(病救患)’에서 왔지만 ‘구완/병구완’으로만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 ‘으레’ 외에는 ‘으례, 으례히, 의례, 의례히, 의례껏, 으레히’도 허용되지 않는다.(다만, 개방형 국어사전 에는 ‘으레껏’이 올라 있다. 아, 그리고 ‘전례에 의한다’는 ‘의례(依例)/의례히’는 멀쩡히 살아 있으니 헷갈리지 말 것.)

그다음 틀린 말은 ‘늘상’이다. 놀라실 독자가 많겠지만, 사실이다. 이 ‘늘상’은 ‘늘’로만 써야 한다. ‘늘+항상’이라는 생각 때문에 ‘늘상’을 표준어라 생각하는 이가 많지만, 아직은 비표준어인 것.

이 ‘늘상’처럼, 많이 써서 익숙한 비표준어로는 ‘애시당초’도 있다(표준말은 ‘애당초’). 처음엔 서울·경기지방에서 많이 쓰는 사투리였다가 차츰 세력을 넓혀 이젠 우리나라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사투리가 됐다.

‘당초’나 ‘애초’와 비슷한 뜻인 ‘애당초’를 ‘애시당초’로 잘못 쓰는 것은 아마 ‘애始당초’나 ‘애時당초’로 착각한 때문인 듯. 물론 애시당초를 버리고 잘 쓰지 않던 ‘애당초’로 쓰자면 말이 짧아져서 좀 허전하겠다. 하지만 쓰다 보면 ‘애시당초’가 되레 어색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익숙하다는 느낌은 단지 습관에서 비롯된 감정일 뿐….

‘아니,어느 날 저승에 가서도 그럴까 더럭 겁이 나서다. 거기선 글자 하나 잘 못 읽으면 영판 엉뚱한 세상으로 간다지 않는가.’

어느 신문에 실린 이 글에서도 표준말로 알고 흔히들 잘못 쓰는 말이 하나 박혀 있다. 바로 ‘영판’이라는 말.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을 보자.

*영판: →아주.

즉, ‘영판’은 아주 틀린 말이니 ‘아주’로 써야 한다는 뜻이다. 자, 이쯤 되면 슬슬 자신감이 없어질 독자도 계시겠지만, 그래도 쭉 더 가 보자.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앞차 운전자가 뒷목을 잡고 내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문장에 숨어 있는 비표준어는, 놀랍게도, ‘뒷목’이다. 그야말로 ‘뒷목 잡을 일’이지만, 당연히, 이런 비유적 용법도 허용되지 않는다. 표준어는 ‘목덜미’인데, ‘덜미’로 써도 뜻이 통한다. 이 목덜미에 그 아랫부분을 합하면 ‘뒷덜미’가 된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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