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로 과학 저널에 이름 등재, 융합학문 성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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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인골 분야를 연구해 온 인문학자로 네이처, 사이언스 같은 세계적인 과학잡지에 이름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과학 저널의 연구 논문에 공저자로 등록됨으로써 융합학문 분야에서 성과를 내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고(古)인골 연구 1인자’로 꼽히는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김재현 교수는 ‘한국어 기원이 9000년 전 중국 동북부 요하(랴오허)의 농경민에서 비롯됐다’는 네이처 연구논문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어 기원 …’ 네이처에 공저 등록
‘국내 고인골 연구 1인자’로 알려져
신석기 한국인 유전자, 조몬인과 일치

네이처 출판그룹이 발행하는 주간지 네이처는 1869년 영국에서 창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잡지로 미국의 사이언스와 함께 과학저널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네이처 게재 논문 80% 이상의 주제가 생명과학 분야인데, 인문학자가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드문 일이다.

“2년 전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과학연구소로부터 신석기 시대 국내에서 발굴된 인골 데이터베이스를 전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부산 가덕도, 경남 통영 연대도 등에서 발굴된 신석기 시대 인골 자료를 독일 연구소에 제공했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마르티너 로베이츠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과학연구소 고고학부 교수 연구팀을 주축으로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연구진이 대거 참여했다.

공동연구팀은 지난달 25일 발행된 <네이처>에 게재한 이번 논문에서 ‘한국어, 몽골어, 일본어 등 ‘뿌리 언어’로 여겨지는 ‘트랜스유라시아어족(알타이어족)’ 기원이 약 9000년 전 중국 동북부 랴오허 일대 농업 지역이었다’는 ‘농경민 가설’을 제시했다.

이는 약 4000년 전 중앙아시아 유목민이 이주하면서 언어가 퍼져나갔다는 기존 ‘유목민 가설’을 뒤집은 것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트랜스유라시아어족은 한국과 일본, 시베리아를 거쳐 터키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대륙을 가로질러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주어-목적어-서술어 어순, 모음조화, 문법상 성별 구분이 없는 등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신석기 유적이 있는 전 세계 255개 유적지에서 발굴된 작물의 탄소 연대 측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약 9000년 전 중국 랴오허 일대에서 기장을 재배하던 농경민의 한 분류가 5500년 전 한반도 방향으로 퍼져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랴오허 일대는 지금 중국 영토이지만 9000년 전에는 한족의 문화권이 아닌 북방 문화권이었습니다. 북방 문화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반도, 일본까지 아우르는 광의적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가덕도 등에서 나온 고대인 DNA를 분석해 중기 신석기시대 한국인 조상의 유전자가 일본 토착민인 조몬인(繩文人)과 95% 일치한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도 큰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일본인 형성과 한반도인의 관련성이 청동기 시대보다 앞선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동아대를 졸업하고 일본 규슈대학 비교사회문화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0년 동아대 교수로 부임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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