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팬슈머’와 수산자원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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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회 국립수산과학원 원장직무대리(연구기획조정부장)

‘팬슈머’는 팬(Fan)과 소비자(Consumer)의 영어 합성어로 상품이나 브랜드 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하는 용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에서 팬슈머들이 시장을 움직인 사례는 많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소개돼 소비자들에 의해 전 세계로 급속하게 퍼진 ‘짜파구리’ 레시피, 직접 굿즈를 만드는 등 시청자들이 전국적인 스타로 키워 낸 EBS 프로그램의 캐릭터인 ‘펭수’를 포함해 디지털 환경을 이용한 팬슈머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만의 어자원 관리는 한계 봉착
최근 소비자·유튜버의 참여형 주목
총알오징어 유통 근절, 좋은 본보기
국민 동참 유도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이런 팬슈머는 영화나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산물에서도 팬슈머를 만날 수 있다. 2~3년 전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명 ‘총알오징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사실 총알오징어라는 이름의 어류는 없다. 흔히 오징어라고 부르는 종인 ‘살오징어’의 새끼를 두고 생김새가 마치 총알처럼 생겼다고 하여 총알오징어라고 불렀던 것이다. 크기는 10㎝ 안팎으로 한입에 먹을 수 있고, 특히 부드러운 식감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소비를 더욱 부채질하였다. 급기야 대형 쇼핑몰에서도 이 총알오징어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적인 화제가 됐다.

총알오징어의 수요가 급증하자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해양수산부가 나섰다. 총알오징어는 잡아서는 안 되는 새끼 오징어임을 알리고, 어획 가능한 크기를 외투장(눈과 다리를 제외한 몸통 길이) 15㎝로 정한 것이다. 올해부터 낚시꾼 등 일반인도 15㎝ 이하의 새끼 오징어를 잡을 경우 8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게 된 것은 오징어 자원이 너무 빨리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 자료를 보면 오징어 어획량은 2014년 16만 4000t에서 지난해에는 5만 6000t으로 약 66%가 급감했다. 수산자원 전문가들은 새끼 오징어의 무분별한 어획과 유통으로 인해 자원이 급감했다고 지적한다.

어린 물고기의 남획 문제는 비단 오징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많이 소비하는 참조기의 94%, 갈치의 92%, 전갱이의 50%, 고등어의 47%, 살오징어의 24%가 치어라고 한다.

해수부는 어린 물고기 보호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소비자 단체와 함께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 관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제환경단체인 ‘WWF(세계자연기금)’와 함께 어린 물고기 보호 캠페인인 ‘치어럽’을 추진했다. ‘치어럽’은 어린 물고기의 한자어인 ‘치어(稚魚)’에 영어 ‘love + up’을 합성해 ‘치어를 사랑하고 키우자’라는 의미의 신조어다. 치어럽은 지속 가능한 수산물의 생산과 소비를 정착시키는 캠페인으로 공익 광고 부문에서 ‘2020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캠페인의 성공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수산 팬슈머’의 활약이 매우 컸다. 소비자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로 대형 유통업체인 SSG닷컴, 롯데마트 등에서는 총알오징어를 비롯한 어린 물고기를 더는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또 ‘골목식당’으로 유명한 백종원 대표도 총알오징어는 덜 자란 오징어라는 점을 강조하여 소비자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뿐만 아니라 유명 유튜버들도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 치어럽 캠페인을 소개하면서 어린 물고기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동참했다. 어쩌면 수산 팬슈머의 참여가 없었다면 치어럽 캠페인은 성공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소비자연맹이 지난해 말 전국 성인 6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산자원 관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상당히 희망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총알오징어, 총알문어 등이 아직 덜 자란 새끼임을 알고 있는 비율이 70%에 이르렀고, 앞으로 이런 어린 물고기는 소비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상당히 높았다. 더욱 고무적인 일은 어린 물고기 등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법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91%로 나타나는 등 소비자의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바다의 수산자원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해수부에서 총어획량제도(TAC), 자원회복 사업, 방류 사업, 바다목장·바다 숲 조성 사업 등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연근해어업의 생산량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수산자원 관리 패러다임을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 관리’로 전환하면 어떨까? 팬슈머의 적극적인 참여로 유통시장에서 총알오징어를 내쫓은 것처럼 말이다. 최근 선행을 베푼 식당, 치킨·피자가게 사장님들에게 소위 ‘돈쭐’을 낸 착한 소비자들이 총알오징어처럼 아직 덜 자란 어린 물고기를 잡는 불법 어업이나 불법 유통을 하는 이들을 혼쭐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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