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박형준 시장과 인사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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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사회부장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공사 사장. 최근 부산의 양대 공공기관장 인사를 놓고 한참 시끄러웠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이들 임명 문제로 대립하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게 패였다. 사람을 가려 임명하는 시와 그들의 자격을 검증하는 시의회의 잣대가 많이 다른지, 양측은 사사건건 맞부딪치며 대립했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 선임이 아직 끝나지 않은 까닭에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빚어내는 파열음은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결국 산하 ‘빅2’ 기관장 임명을 강행했다. 부산시의회의 ‘부적격’ 판단은 박 시장의 결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박 시장은 후보자들을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선택이 부담스러워진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정치공학적 계산이 숨은 강수다.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 시장은 13개월여 만에 다시 일전에 나서야 한다. 내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상대들을 두고 겨뤄야 하는 입장이다.

부산 ‘빅2’ 공공기관장 임명 잡음
박 시장, 시의회 반대에도 강행
‘부산 문외한들’에 엇갈린 반응
“부산에 사람이 없나” 불평 목소리
측근 정무라인 역할도 계속 논란
부산을 위한 최적 인사 고민해야


이미 박 시장은 부산도시공사 사장 선임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재공모 사태로 한 차례 곤란을 겪었다. 또 한 번 물러서긴 난처한 입장이었으니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었다. 계속 밀리는 듯한 이미지가 내년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결국 박 시장은 강수를 두며 전진했다. 그러나 지역사회 분위기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듯하다. 시끌벅적한 논란 속에 임명된 기관장 2명에 눈길이 집중되면서 뒷말이 계속 이어진다. 이들이 모두 부산이 아닌 타지 출신이라는 데 대한 불안과 불만이 뒤섞인 반응이다.

‘불안’의 논리는 간단하다. 지금껏 부산과 인연이 없었던 이들이 지역 핵심 현안과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 전문성만을 앞세워 현장에 무모하게 접근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부산 연고가 거의 없는 기관장 임명이 기대 이하의 평가로 귀결된 전례가 요즘 다시 언급되는 이유다.

이들을 바라보는 ‘불만’은 주로 “부산에 사람이 그리 없나”하는 목소리로 표출된다. 인구 350만 명의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범위를 넓혀 인구 800만 명의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에서 그만한 인물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인가. 사정을 따져 보면 박 시장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듯하다. ‘엘시티 선물 사건’ 등에 연루된 인물 등을 하나둘 배제하다 보니 의도와는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속사정을 알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내막을 모르는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기류를 타 지역 출신에 배타적인 폐쇄성이라 비판할 수도 있다. 좁은 나라에서 지역 출신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부산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누구든 출신지에 관계없이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쪽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 부산의 발전을 위해서도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제2의 도시이자 국토 동남권 중심지로서의 자부심, 자존심을 건드린 문제로 바라볼 수도 있다. 이번 일을 논리나 당위가 아닌 감정으로 해석해 불만스러워하는 시민을 비난하기는 곤란하다. 오히려 전문가, 공직자 등 지역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서 감정적 반응을 숨기지 않는 경향이 더욱 짙은 분위기다. 이 같은 관점에서 ‘과연 지역을 속속들이 더 잘 아는 전문가를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을까’라는 의문이 커질수록 박 시장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무거워진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기용하고, 또 그 인물이 알맞게 일하는 건 참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공공기관장 선임을 둘러싼 박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동안 이른바 부산시 ‘정무라인’ 역할론도 다시 고개를 든다. 정무라인은 박 시장과 가장 가까운 측근 그룹이다. 측근들의 외부 소통력이 흡족하지 못하다는 지역사회의 불평은 전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박 시장 체제 출범 초기부터 불거진 문제다.

주변의 불평불만이 이어진다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정무라인에 속한 사람들이 문제인지, 그들이 시장을 위해 나서 일하는 방식이 문제인지 어느 쪽이라도 따져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 이는 박 시장 개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물론 박 시장 입장에선 재선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필수적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만한 소통을 통해 시장이 올바른 선택을 이어나가도록 돕는 건 무엇보다 부산과 시민을 이롭게 한다. 박 시장의 ‘인사’ 문제를 바라보며, ‘인사만사’의 뜻을 되뇌어 본다.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두어야 부산이 잘 풀린다.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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