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돈 1000억뿐… 3000억 넘게 들 줄 정말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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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재원 조달 비상

부산시가 예산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던 북항 오페라하우스의 사업비가 지난 6월 550억 원 추가로 증액됐다. BPA는 여전히 약속했던 사업비 지원에 의지를 보이지 않아 부산시만 애가 탄다. 사진은 북항 오페라하우스의 투시도. 부산일보DB

돈 들어올 데는 없는데, 나갈 돈은 더 늘었다. 북항 오페라하우스 사업의 형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약속한 800억 원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2500억 원이던 사업비가 550억 원 더 필요하게 된 것이다. 예산 지원을 약속했던 이들은 다 물러나고, 부산시만 애가 탄다.

부산시는 사업비 상승의 이유로 토사 처리 비용, 물가 상승, 공사 현장의 여건 변화 등을 들었다. 먼저 사업 설계 이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130억~140억 원의 공사비가 더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토사 처리 50억만 뜻밖의 변수
나머지 증액분은 예상했던 일
무리하게 추진하다 애써 외면
BPA 지원금 여전히 희망고문
부산시 소관 업무 부서도 축소


오페라하우스 공사장의 토사 처리 문제는 5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공사장에서 나온 흙을 북항 1부두 매립에 쓰려 했으나 1부두가 원형 보존되면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설계상 누락된 것을 보완하고 시공법을 일부 바꾸는 등 자잘한 현장 여건 변화로 94억 원이 추가됐다. 공사 기간 증가에 따른 인건비 상승, 설계 때 반영하지 않았던 미술 장식품 설치 비용, 변화된 법적 기준에 맞는 안전시설 강화 등을 더하면 55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토사 처리 문제 정도를 제외하면 설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오페라하우스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실성 없는 사업비가 책정됐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무책임한 공약의 후폭풍은 공정이 진행될수록 가시화한다.

BPA가 오페라하우스 건립비로 지원하기로 한 800억 원도 감감무소식이다. BPA는 2018년 8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경영평가 악화 우려 등을 이유로 300억 원을 삭감한 500억 원을 지원하는 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기재부는 여기에 한 술 더 떠 부산시 사업인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BPA가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BPA는 항만시설을 관리하는 기관이지,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문화 사업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부산시는 BPA를 공동 사업자로 수정해 상황을 타파하고자 했으나 해수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해수부 부산항북항통합개발추진단 김명진 단장은 “부산시 사업은 부산시가 하는 게 맞는다”며 “현재로서는 실시협약 변경에 대한 계획은 없고, 이후 기재부에 따로 예산을 올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BPA도 당시 업무협약에 정확한 지원 금액이 명시되지 않았고, 총사업비 정산을 받는다는 가정 아래 지원하겠다는 원론적인 약속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오페라하우스 사업이 시청 안에서도 힘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는 2019년 7월 문화시설 추진단을 출범했다. 운영팀, 시설팀 등 2개 팀으로 구성돼 오페라하우스와 국제아트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전담하는 TF 조직이었다. 하지만 추진단은 6개월 만에 없어지고 업무는 문화예술과로 이관됐다. BPA 등 외부 조직과 협상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조직이 오히려 격하된 것이다.

2018년 800억 원을 약속한 핵심 주체인 오 전 시장과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이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기재부 승인을 다시 따내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해수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만약 BPA 기관의 성격에도 맞지 않는 오페라 하우스 건립에 예산을 승인해 준다면 다른 사업 예산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당시 8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부산시 보도자료에 BPA 직원들은 금시초문이었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전했다.

박혜랑·안준영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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