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32) 자연과 조형성의 불일치… ‘모순’이 낳은 창작, 오영재 ‘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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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근대미술의 역사에 있어 최초의 추상 작가로 알려져 있는 오영재(1923~1999)는 전라남도 화순에서 태어났다. 일본 도쿄 아사카다니미술학원에서 수학하고, 도쿄 우에노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배운 손일봉(1906~1985)의 가르침 아래 경주예술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이후 울산제일중학교, 울산여자고등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맡으며 작가 생활을 병행했다.

오영재는 1950년대의 ‘사실화 시기’를 거쳐 1960년대를 지나며 구상화로 작업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자연의 형태를 입방체의 면으로 해석하여 재구성하는 기법을 구사하였다. 그는 대상의 면을 분할하여 대상이 지니는 깊이와 넓이·힘·무게를 조명하고, 그것이 자아내는 감동을 표현하고자 조형적 실험을 전개했다.

1961년에 제작된 작품 ‘영도’는 작가가 1956년 울산에서 영도로 이사 온 후 이송도 방향에서 보이는 영도에 햇볕이 바위 위로 붉게 내리쬐는 풍경을 그린 구상화 시기의 초기작이다. 오영재는 자신이 서른일곱이 되던 해인 1960년과 1961년 사이 천마산 사생을 나갔을 때, 영도 고갈산 쪽을 바라보며 ‘재현에 대한 번민과 공포를 경험했다’고 했다.

자연과 조형성 사이의 불일치를 자각해 그 둘 사이의 모순을 새로운 예술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는 사실적인 재현에서 벗어나 면 분할을 통해 형상을 해체·재조립하여 대상 자체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였다. ‘영도’라는 작품에서 작가는 자연이 지닌 절대적 통일성을 조형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객관적 응시에 대한 자신의 자각을 표현했다.

최지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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