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식용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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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회지에서 나고 자랐지만, 어린 시절 여름이면 곧잘 시골 할머니 댁을 찾았다. 해거름이 되도록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잠자리와 매미, 방아깨비를 잡았고, 가뭄이라도 들었다 싶은 해엔 나무 작살과 빈 주전자를 찾아 들고 냇물로 우르르 몰려가 고기잡이를 했던 추억이 아스라하다. 당시 물놀이만큼이나 신났던 또 하나의 놀이는 탐스럽게 익어 가는 벼 이삭 위를 뛰노는 메뚜기를 잡는 것이었다. 그렇게 잡은 벼메뚜기는 할머니의 프라이팬에서 들기름에 고소하게 튀겨져 우리의 밥반찬이 되거나 간식이 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걸 어떻게 먹었을까’ 싶지만, 그땐 그랬다.

곤충 식용은 인류 식사 문화의 한 부분이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펴낸 에 따르면 적어도 20억 명이 전통적인 식사의 일부로 곤충을 섭취하고 있으며, 1900여 종 이상의 곤충이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동에서는 기원전 8세기에 하인이 비황(집단 이동을 하는 메뚜기 떼)을 막대기에 줄줄이 매달고 궁중 연회로 나른 기록이 나온다. 유럽에서 곤충 소비가 처음 언급된 곳은 그리스였는데, 이곳에서는 매미를 먹는 것을 별미로 여겼다고 한다. 올여름 미국에선 17년을 주기로 깨어난다는 매미, ‘브루드10(Brood X)’ 요리로 시끌벅적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곤충 소비 관습이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곤충은 농업 관련 연구에서도 소홀히 다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용곤충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 곤충은 풍부한 단백질에, 낮은 환경 비용으로 식량을 공급하고, 자연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식용곤충은 소·돼지 등 일반가축과 달리 분뇨나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관리가 수월해 ‘지속가능한 음식’으로 일컬어진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곤충을 혐오식품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촌진흥청이 ‘새로운 식품원료 인정제도’에 따라서 한시적으로 인정한 메뚜깃과 곤충 ‘풀무치’는 국내 10번째 식용곤충이다. 이전에 인정한 식용곤충으로는 백강잠, 식용누에(유충, 번데기), 메뚜기, 갈색거저리(유충), 흰점박이꽃무지(유충), 장수풍뎅이(유충), 쌍별귀뚜라미(성충), 아메리카왕거저리(유충) 등이 있다. 어릴 적 메뚜기 튀김을 먹어 본 5060세대조차 익숙지 않은 걸 보면 갈 길이 멀구나 싶긴 하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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