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못 가니 ‘대리만족 상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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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기내식 먹으며 해외여행 가는 기분 내 볼까?’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해외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찾아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매년 2~3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던 회사원 정 모(47) 씨는 최근 집에서 ‘해외여행 놀이’를 하며 추억을 되새겼다. 정 씨는 해외여행을 못 가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몰디브 등 정 씨의 추억 속에 있는 여행지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기내식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정 씨가 즐긴 기내식은 국내 한 항공사가 제공한 실제 기내식과 거의 비슷했다. 이 항공사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내식과 거의 비슷하게 밀키트 형식으로 제작, 현재 온라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항공사·특급 호텔·백화점 등
숙박·음식·굿즈 상품 내놓아
‘여행 갈증 달래기’ 고객 급증

정 씨는 기내식을 먹은 후 보딩 패스 모양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보며 목적지에 도착해 여행 가방을 찾는 상상을 했다. 보딩 패스 스마트폰 케이스는 맞춤식 제작 상품으로 구매자가 직접 이름, 출발지, 목적지를 정할 수 있다. 정 씨는 “공항 내 출국장으로 들어가고 기내식을 먹고 목적지 도착 후 여행 가방을 찾는 설렘을 느끼고 싶어 해외여행 놀이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3일 항공사와 유통가 등에 따르면, 정 씨처럼 기내식이나 해외여행을 연상케 하는 항공사 굿즈로 해외여행 기분을 내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실제, 정 씨가 먹은 기내식 박스는 진에어의 제품으로 출시 한 달 만에 1만 개가 팔렸다. 이처럼 기내식 인기가 좋다 보니, 다른 항공사들도 밀키트 등 기내식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또 올해 들어 승무원복, 사원증 등 대한항공의 굿즈 매출이 전년도와 비교해 크게 증가하면서, 다른 항공사들도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항공업계 이외에 호텔, 백화점 등 부산지역 유통업체들이 고객들의 해외여행 갈증 해소를 겨냥해 내놓은 다양한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코지 조선케이션’ 패키지는 해운대 웨스틴 조선과 그랜드 조선을 1박씩 즐길 수 있는 2박 연박 상품으로 지난 1일 출시된 후 예약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이 패키지는 해외 유명 호텔이나 리조트 체인처럼 같은 호텔 내 다른 객실을 동시에 제공해, 마치 고객들이 해외 호텔을 이용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또 부산롯데호텔의 ‘에어텔’ 패키지는 고객들이 항공기 탑승 전 면세 쇼핑을 즐기고 항공기를 탄 후 호텔에서 숙박함으로써 실제 해외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 패키지의 상세 내용을 묻는 문의전화만 하루 수십 통씩 걸려 온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외국으로 미식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달래 주기 위해 현지 음식을 주제로 한 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시그니엘 부산의 뷔페 레스토랑 ‘더 뷰’(The View)는 3일부터 4일간 롯데호텔 이탈리안 요리 총괄 셰프를 초청해 ‘이탈리안 요리 페스티벌’을 선보이고 있다. 파크 하얏트 부산은 호텔 내 리빙룸 레스토랑을 이탈리안 콘셉트로 새로 개장해 이탈리아 현지의 맛과 분위기를 그대로 재연한 정통 이탈리아 가정식 메뉴를 선보인다.

이 외에도 신세계 센텀시티 지하 1층에서는 정통 홍콩식 밀크티와 에그와플 전문점 ‘홍콩다방’ 팝업스토어를 새로 운영하는 등 해외 현지 음식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롯데호텔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의 이국적 분위기를 담은 상품을 찾거나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상품에 해외 분위기를 녹여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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