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73. 피치스 앤드 허브 ‘2 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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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떤 장르 음악을 제일 좋아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의외로 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요. 분명 우리가 모두 취향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지요. 사실 대부분 우리들은 음악을 들을 때 장르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많은 음악이 어떤 특정 장르라고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그 성격이 복합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가장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장르 가운데 리듬 앤드 블루스를 꼽는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듬 앤드 블루스라는 용어 자체가 어쩌면 너무나 우리에게 익숙하고, 아주 오래전 음악 장르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다양한 스타일을 지닌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멋진 선율을 우리가 더 자주 접하게 되는 오늘날, 그 음악들에서 점점 더 많이 들리는 바탕이 오히려 리듬 앤드 블루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댄스와 일렉트로닉과 같은 전혀 이 장르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듯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에서도 리듬 앤드 블루스의 요소는 최근 수년간 더욱 도드라지는 듯합니다.

매년 그래미에 등장하는 신인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비롯해 리듬 앤드 블루스 관련 수상 부문의 이름과 그 수를 살펴보더라도 이 장르의 음악이 얼마나 최근 수년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되지요. 리듬 앤드 블루스 장르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화라는 것일 텐데요. 음악 장르 중 이만큼 지역과 문화의 차이에 의한 색깔이 강한 음악이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반대로 그 강렬한 색깔과 개성을 유지한 채 함께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 어떤 장르보다 차이와 개성이 두드러지지만 동시에 그 어떤 다름과도 가장 잘 어우러지는 음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리듬 앤드 블루스는 이런 것이야!’를 느끼게 해 준 음반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많았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을 꼽으라면 듀오 ‘피치스 앤드 허브(Peaches & Herb)’의 ‘리유나이티드(Reunited)’를 얘기하고는 합니다. ‘허브 페임’이 주축이 되어 1966년부터 활동을 이어 온 이들은 1978년 세 번째 정규앨범 ‘2 Hot’을 발매하며 ‘Reunited’ 등이 아주 큰 인기를 얻습니다. 리듬 앤드 블루스와 빌보드 핫100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음악은 리듬 앤드 블루스뿐 아니라 디스코와 소 펑크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오늘날 돌이켜보면 가장 아름다운 리듬 앤드 블루스의 정수를 보여 주는 팀으로 저에게 더욱 기억됩니다. 특히 ‘유나이티드’는 누군가 ‘리듬 앤드 블루스 음악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두말 하지 않고 이 음악을 건네고 싶을 만큼 가장 낭만적인 선율을 들려주고 있는 곡이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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