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김종인, 윤석열, 이준석 그리고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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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제1 야당 국민의힘은 지금 호기를 맞은 걸까 위기에 처한 걸까. 지난 5월 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40%에 육박,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크게 앞질렀다. 여기엔 잠재적인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설과 정가에 ‘30대 바람’을 몰고 온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덕이 컸다. 분명 호기로 보인다.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 말만 무성할 뿐 윤 전 총장의 입당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 당 내에선 “김칫국부터 마시다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이 일으킨 바람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실제로 메가톤급 태풍이 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대표 경선으로 당이 내분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돌아볼 게 있다. 국민의힘의 뿌리는 1990년 만들어진 민주자유당이다. 민주자유당은 1996년 신한국당으로, 신한국당은 1997년 한나라당으로, 한나라당은 2012년 새누리당으로, 새누리당은 2017년 자유한국당으로, 자유한국당은 2020년 2월 미래통합당으로, 미래통합당은 같은 해 9월 국민의힘으로 바뀌었다. 지난 30년 동안 6번이나 당명을 바꿔야 할 정도로 숱한 위기를 겪었던 것이다.

지지율 40% 육박 여당에 크게 앞서
‘이준석 돌풍’으로 당 변화 기대 높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입당설도 호재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위기론 불붙여
전당대회 과정서 당 내분 우려 커져
당 자생력 높이는 비전·대책 절실

국민의힘 탄생은 극적이었다. 지난해 4·15 총선 참패로 고사 직전까지 몰리자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셔 와’ 자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겼다. 적군의 수장이었던 이에게 운명을 맡긴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김 전 위원장은 ‘갓종인’이라는 별호대로 지난 부산·서울 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국민의힘을 살려 냈다. 당시만 해도 그는 국민의힘에서 가능성을 보았던 터였다.

그런데 ‘갓종인’은 지금 국민의힘을 버렸다. 국민의힘을 두고 ‘아사리판’이라며 “더 이상 애정이 없다”고 대놓고 말한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나 선거대책위원장 제안을 단호히 거부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욕을 부린다”며 비난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는 이제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을 택할 것인가.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입당설에 무게가 쏠리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고, 그가 마음을 굳혔다거나 등판이 머지 않았다는 식의 이야기들도 전해진다. “윤 전 총장이 ‘백넘버 2번을 달고 대선에 나가겠다’고 밝혔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모두 그의 주변에서 나온 말이다. 정작 윤 총장 자신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3일 한 언론은 윤 전 총장의 측근의 입을 빌려 “그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런 그의 행태를 두고 “언제까지 간만 볼 거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도 있다.

만일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선택하면 실제로 국민의힘에 득이 될까. 장담할 수 없다. 요즘 정가에 나돈다는 소위 ‘검사 윤석열 파일’에서 보듯, 윤 전 총장 자신과 그 주변 인물들과 관련해 불거지고 있는 각종 비위 의혹들은 국민의힘에 오히려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윤 전 총장의 대권 주자로서의 자질과 실력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요즘 국민의힘 안에서 윤 전 총장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에 구세주가 될 것인가. 국민의힘은 그에게서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가 국민의힘 대표 경선 과정에서 바람을 일으킨 건 분명하다. ‘공정’과 ‘경쟁’을 주창하는 그는 이제 국민의힘을 넘어 정치사적으로 변화의 아이콘이 된 듯하다. 기존 정치의 식상함에 질린 대중은 재기발랄한 그에게 환호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런데 1985년생이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결코 햇병아리 정치인이 아니다. 2011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비록 금배지는 달지 못했어도 당 비상대책위원과 최고위원 등을 두루 거치며 적지 않은 정치 경력을 쌓았다. 새누리당에서 국민의힘까지 지난 10년간 당의 변천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해 온 것이다. 이미 중견 정치인인 그를 참신함으로 포장하는 건 맞지 않다. 윤 전 총장 부인과 장모가 연루된 의혹과 관련해 ‘비단주머니 묘책’ 운운한 것을 보면 오히려 노회함이 엿보인다. 국민의힘 안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포착되고 있다. 해묵은 계파 논쟁을 비롯해 당내 신구 갈등 같은 분란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어떤 이는 국민의힘을 두고 스스로를 구제할 힘이 없는 정당이라고 했다. 외양만 거대 정당일 뿐 대통령 후보조차 외부에서 영입하길 바라는 현실을 보면 그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닌 듯하다. 김종인을 보내고 윤석열을 기다리며 이준석에게서 희망을 보는 국민의힘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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