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장기 집권·철권통치 ‘네타냐후 총리 시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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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5년 2개월 간 군림해 온 이스라엘 철권 통치자 베냐민 네타냐후(71) 총리의 실권이 현실화했다.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퇴진을 기치로 내건 ‘반네타냐후 블록’ 9개 정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최종 합의했다. 이번 연정에는 지난 3월 총선에서 원내 제2당이 된 중도 성향의 예시 아티드(17석)와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이 참여했다.

‘네타냐후 퇴진 기치’ 9개 정당
연립정부 구성 극적으로 ‘합의’
사상 첫 ‘무지개 연정’ 곧 출범
베네트·라피드 2년씩 ‘총리’
‘팔’ 문제 이견 등은 해결 과제

또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 아랍계 정당 연합 ‘조인트 리스트’(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극우 성향의 야미나(7석), 아랍계 정당 라암(4석)도 합류했다.

이들 9개 정당이 보유한 의석수는 모두 68석으로, 전체 의석수 120석의 절반이 넘는다. 이들 정당은 제3지대에 있던 극우 성향 야미나가 지난달 31일 연정 참여를 선언한 이후 마라톤협상을 통해 연립정부 구성 시한을 약 1시간 앞두고 극적인 합의를 끌어냈다.

중도를 중심으로 좌파와 우파, 아랍계가 동거하는 ‘무지개 연정’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이다.

연정을 주도하는 원내 제2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성명을 통해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연정 타결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1주일 이내에 실시되는 의회 신임 투표 절차만 거치면 이들 정당이 참여하는 ‘무지개 연정’이 공식화한다.

사전 합의에 따라 차기 정부 임기 전반기 2년간 총리직은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49)대표가, 외무장관직은 라피드 대표가 맡는다. 후반기 임기 2년은 두 사람이 역할을 바꾸기로 했다.

반면, 원내 제1당 리쿠드당(30석)을 중심으로 우파 연정을 꾸리려다 실패한 네타냐후 총리는 2009년 3월 31일 재집권 이후 12년 2개월(과도정부 총리 재직기간 포함)간 유지해온 총리직을 내려놓고 야당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다. 네타냐후는 이전 3년을 포함하면 총 15년2개월 간 총리직에 있게 된 셈이다.

네타냐후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보호막 없이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몇 년간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가치관이 달라 정책에 공통점이 거의 없는 정당들이 네타냐후 축출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제휴한 까닭에 ‘무지개 연정’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 연정 내 극우 정당과 아랍계 정당이 극심한 갈등을 빚을 여지가 크다.

이에 더해 네타냐후 총리는 야권으로 물러난 뒤에도 불안정한 연정의 해체를 위해 끊임없이 반격을 되풀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는 우파 정당들에 참여 거부를 촉구하며 좌파정부가 출범하면 이스라엘의 안보와 미래가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면서 의회 신임투표 무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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