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앞)이 3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 4회 말 수비 도중 동료 토미 팸과 충돌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활약하는 김하성이 수비 중 동료와 충돌해 부축을 받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김하성은 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방문 경기에 6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했다.

뜬공 잡으려다 좌익수와 충돌
부축 받고 나왔지만 부상 피해
뺨 다친 동료 더그아웃서 소동

충돌 상황은 1-1인 4회말 발생했다. 1사 만루에서 컵스의 P.J. 히긴스가 친 뜬 공은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로 향했다. 공을 잡으러 달려 나오던 좌익수 토미 팸과 뒷걸음질 치며 타구를 바라보던 김하성의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만 바라보던 둘은 머리끼리 충돌했다. 김하성의 뒷머리에 팸은 얼굴을 부딪쳤다.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김하성은 공을 서둘러 주워 3루수 매니 마차도에게 던졌다.

컵스 3루 주자는 홈을 밟았지만, 공이 잡힌 줄 알았던 다른 주자들은 베이스에 그대로 머무른 상황이었다. 마차도는 비어 있는 3루를 찍어 2주 주자를 포스아웃했고, 곧바로 2루로 던져 1루 주자마저 포스 아웃으로 처리, 더블 아웃으로 이닝을 마쳤다. 병살로 이닝이 종료됐기에 3루 주자의 득점도 인정되지 않았다.

김하성과 팸은 한동안 쓰러져 있다가 곧바로 교체됐다. 팸은 스스로 일어나 더그아웃으로 향한 데 반해 김하성은 동료의 부축을 받았다.

이날 충돌을 두고 포구 위치를 감안할 때 앞으로 달려 나오던 팸이 공을 잡는 게 바람직했다는 평가다. 공에 집중한 나머지 뒷걸음질 치며 좌익수 영역까지 달려간 김하성의 의욕이 앞섰다는 것이다.

경기 후 현지 언론 인터뷰를 보면, 팸은 더그아웃에서 화를 냈다. 자신이 잡아야 할 공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리다가 보비 디커슨 3루 주루 코치와 더그아웃에서 다툴 뻔했다. 하지만 동료들이 말려 더 큰 충돌로 번지진 않았다.

팸은 김하성과 부딪쳐 뺨을 꿰매고 추가로 컴퓨터단층촬영(CT) 정밀 검진도 받았다. MLB닷컴은 김하성도 검사를 받았고, 뇌진탕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은 “‘퍼펙트 스톰’(악재가 겹친 최악의 상황)이었다”며 “약간의 언어 장벽이 있었다”고 했다. 팸과 김하성의 언어가 통하지 않아 벌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에 따르면, 팅글러 감독은 “리글리 필드 관중석이 꽉 차 무척 시끄러웠다”고도 밝혀 관중의 응원도 둘의 콜 플레이를 방해한 것으로 관측됐다.

김하성은 4회초 타석에서 중전 적시타로 시즌 17번째 타점을 올렸다. 이날 샌디에이고는 1-6으로 져 4연패를 당했다. 천영철 기자 c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