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백혈병 딸 떠나보낸 아픔, 수행 통해 극복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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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송기원

은 소설가 송기원이 8년 만에 낸 장편소설이다. 몇 년 전 30대의 딸을 백혈병으로 떠나보낸 아픔을 겪은 작가가 수행을 통해 도달한 깊고 고요하고 순정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자신이 순간마다 변하는 과정이 바로 무상(無常)이고, 그런 순간의 변화에 어지러움과 현기증을 느끼는 과정이 고통이며, 그런 순간의 고통 속에서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라는 존재는 보이지 않는 과정이 무아(無我)가 아니고 무엇이랴.”(331쪽)

아버지는 괴로워했다. 자신의 더러운 피가 딸에게 전이됐다고 자책했던 것이다. 죽음으로부터 딸을 지켜내지 못한 작가는 명상을 통해 딸을 만나고자 한다. 백혈병에 걸린 딸이 마지막에 앓았던 병이 섬망이다. 작가는 그 섬망과, 명상으로 만나는 선정이 다르지 않다고 여긴다. 선정으로 자신도 섬망의 세계에 이르러 딸의 흔적을 만날 수 있으리라 염원하는 것이다.

먼저 작가는 자신 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추악한 괴물을 만난다. 한 번도 훈련이라는 것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방치한 마음이 그 괴물이다. 몸의 서른두 부분을 바라보는 명상을 통해 추악한 괴물을 만나고 딸의 실존의 흔적을 더듬게 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온몸의 뼈들이 차츰 하얗게 바뀌더니 (중략) 손으로 건들면 청아한 방울 소리를 낼 것 같은’(233쪽). 마침내 무아(無我)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딸을 과연 만난 것인가. 송기원 지음/마음서재/324쪽/1만 4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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