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국민의힘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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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국민의힘이 요즘 행복하다.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후 이준석발 젊은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고, 여기에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당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수가 아니라 아주 새로운 개혁인 ‘혁신’을 한다고 하니 개혁을 추구하는 민주당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준석은 지금 기존의 정당정치에 거센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꼰대로 대변되는 불통과 무능, 구태와 오만, 기득권과 탐욕, 시대착오와 변화무감으로 가득한 기성 정치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이준석발 혁신이 단순한 나이 혁신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보수 혁신으로 이어진다면, 한국 정치에서 개혁과 혁신을 놓고 민주당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보수 혁신정당이 등장할 수도 있다. 정치 발전 측면에서 보면 이준석은 한국 정치의 의미 있는 변곡점이자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준석발 혁신, 기성 정치 균열 불러
보수 본인 철학과 비전 제시해야

반민주·냉전·반북친미 사고 청산하고
대결 아닌 평화 지향적인 보수 되기를

분배·복지 비전과 콘텐츠 제시해야
보수다운 보수로 한국정치 변화시키길



그런데 이준석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젊은 나이 이외에 이렇다 할 혁신의 콘텐츠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는 대선주자 관리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혁신보수의 실체를 보여 주는 자리여야 한다. 이준석은 당장 본인이 추구하는 혁신보수의 철학과 구체적인 정책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한국 정치가 살기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살아야 한다. 그리고 정당정치가 살기 위해서는 보수당이 먼저 살아나야 한다. 보수가 보수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준석이 실현하고자 하는 보수정치가 우리 시대가 바라고 요구하는 보수다운 보수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보수정당은 참으로 시대정신에 뒤처진 구태의연한 모습 그 자체였다. 국민들 머릿속에 굳어진 한국 보수정당의 특징은 반민주, 친독재, 냉전반공주의, 반북친미, 성장지상주의, 자유시장, 친재벌, 기득권, 반복지 등이다. 이준석으로 대변되는 보수정당의 혁신 노력은 이런 부정적인 키워드들을 극복하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

첫째, 반민주적이고 친독재적인 이미지를 떨쳐야 한다. 4·19 혁명,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화운동, 촛불집회는 모두 비민주적이고 부패한 보수정당에 대한 민주세력의 응징이었다. 보수혁신은 반민주적 보수정당의 모습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좋은 업적을 인정하고 현충원에서 참배했다면, 국민의힘은 반민주 독재에 대해 반성하고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헌신을 당 차원에서 결연하게 보여야 한다.

둘째, 냉전반공주의 사고를 청산해야 한다. 대결 지향적인 보수가 아니라 평화 지향적인 보수가 되어야 한다. 한반도는 더 이상 전쟁과 대결의 땅이어서는 곤란하다. 안보를 철통같이 강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냉전반공주의 사고는 시대에 전혀 맞지 않다. 지금은 21세기다. 냉전 질서가 붕괴한 지 30년이 넘었다. 종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에 국민의힘도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이다.

셋째, 반북친미 일변도 외교에 대한 반성과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 혁신보수는 경직된 이념의 외교가 아니라 실용의 외교에 나서야 한다. 국익 추구가 최고최선의 외교다. 한미동맹을 통해 안보는 굳건하게 하되 한반도 평화 건설에 나서야 하고, 미·중 사이의 혜안 있는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 세계 10대 강국 대한민국 외교는 이제 무게감과 자존감을 지녀야 한다.

넷째, 성장지상주의와 자유시장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 보수정당이 애지중지하는 자유시장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성장만이 능사가 아니라 분배도 중요하다. 성장을 위해서도 분배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자유시장을 ‘방종의 시장’에서 떼어내야 하고 시장에 인간미를 불어넣어야 한다. 공급과 수요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되 빈부격차와 양극화 같은 시장의 실패와 부작용은 반드시 국가와 정치가 관리하고 교정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시장과 국가의 균형을 추구하는 혁신 보수정당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분배와 복지에 대한 혁신보수의 비전과 콘텐츠를 가져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과 무한경쟁의 시대여서는 곤란하다. 인간적인 시장과 인간다운 경쟁이 있는 나라여야 한다. 혁신보수 정당의 미래는 인간다운 보수의 길에 있다.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혁신보수표 분배와 복지를 국민의힘이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보수는 문제가 많은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좋은 것들을 지키고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국민의 힘이 이준석발 혁신보수를 실현한다면 한국의 정당정치가 바뀌고, 한국의 정당정치가 바뀌면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가 바뀐다. 국민들의 이러한 기대를 국민의힘이 제대로 받아 실현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국민의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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