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들의 교육 환경 반드시 보호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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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제 부산시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10여 년 전 해운대구 모 초등학교 교문(통학로) 바로 옆에 오랜 기간 공터로 있던 땅이 있었다. 어느 날 버스회사가 이 땅이 자기네 소유라며 향후 차고지로 쓰겠다고 했다.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아이들 등·하교에 위험하다며 차고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버스회사도 차고지 설치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 측의 끈질긴 협상과 노력 덕분에 차고지는 해운대 기술교육원으로 자리하게 되었고, 아이들은 차고지로 드나드는 대형버스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등·하교를 하고 있다.

당시엔 학교 옆에 차고지를 써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때였다. 학교 앞 통학로의 차고지 설치는 지금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렇다면 그때 학부모·학교는 법에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일까?

당시 교장 선생님은 정년을 앞두고 계셨고, 주관 초등생 학부모 단체도 대부분 졸업을 앞둔 6학년 학부모들이었다. “이제 난 정년을 맞이하니…”, “우리 아이들은 졸업하니…” 하는 마음이었다면 그냥 법대로 하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학교에 계속 다녀야 할 앞으로의 아이들을 생각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협상해 지금 이 학교 아이들은 안전하게 등·하교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안전하게 다닐 것이다.

그래도 초등학교는 부모님들이 아이를 데리고 오가는 경우가 많아 학부모님들이 미리 등·하교 길 학교 주변 공사 상황을 알게 돼 학교와 함께 대처해 나갈 수 있다.

반면, 중·고등학교는 시공사와 홀로 맞서느라 힘든 경우가 많다. 학생 안전 문제로 학교는 전전긍긍하지만, 학부모님들은 학교 앞에서 공사가 일어나고 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금은 ‘교육환경평가’라는 심의제도라도 있어서 교육청에서 의견에 귀 기울이고 살펴본다.

여기서 교육환경평가는 학교의 학습환경을 보다 근본적으로 확보·보전하기 위해 학교 주변의 유해요인을 평가해 쾌적한 학교 교육 환경을 강구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환경평가의 기준으로는, 학교와의 통학 범위, 통학 안전, 통풍, 조망, 일조, 대기환경(소음, 진동), 주변 유해환경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있기 전에 이미 공사 허가가 난 곳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학교의 요구와 호소에도 귀를 기울여주지도 않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 내 아이가 다니지 않으니…”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들, 손자·손녀들이 다니고 머무는 곳임을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사건 사고가 나서 뒤늦게 후회하거나 고치지 말고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더욱더 잘 살피고 연구해 더 나은 학교 환경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건설회사와 재개발조합 입장에서 보면 무리한 요구일지 모른다. 그러나 교육환경으로는 더욱더 깐깐하게 살피고 연구해,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요즘 영혼마저 끌어모아 내 집 마련에 애쓰는 젊은 세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집 한 칸 마련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젊은이들을 둔 부모 세대로서는 공감하는 의견이다.

그래도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으로는 교육환경평가를 완화하고자 입법을 내세워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주변의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한 통학 안전, 소음, 진동, 일조권 등 교육환경의 침해요인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주변의 각종 개발 사업으로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 건강권, 안전권이 침해받을까 염려스러운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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