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현의 사람 사는 경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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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바람기 많은 이혼남이자 외과 의사인 토마시는 우연히 시골마을의 작은 식당에서 종업원인 테레자를 만나 결혼한다. 하지만 그는 계속 바람을 피워 테레자를 힘들게 한다. 토마시는 예전에 작성했던 공산주의자들을 비판한 글 때문에 병원에서 해고되고 유리 청소부가 된다. 남편의 바람기에 지친 테레자는 시골로 돌아가고, 토마시도 그녀를 좇아 시골로 간다.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우연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테라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줄거리다.

최저임금 인상률 비슷한데
“너무 빨리 올라 고용 줄어”

지지세 낮은 이대남 잡으려
“여자들도 군대 보내자”

참을 수 없는 언행의 가벼움
철학, 소신, 도덕심 부재의 문제



살다 보면 존재의 가벼움, 삶의 가벼움, 인간의 가벼움, 언어의 가벼움 따위를 느낄 때가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최저임금을 너무 빨리 올려 고용이 줄었다는 발언을 했다. 참 황당하고 해괴한 발언이다. 최저임금을 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민주당의 정책방향도 최저임금을 올려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도무지 그 의도를 알 길 없다. 의도를 떠나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문 대통령이 공약을 못 지킬 것 같다고 사과했던 일에서 보듯이 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전 정부보다 그렇게 높다고 말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기간인 2013~17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이 평균 7.4%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2018~21년 동안의 평균 인상률은 7.7%로 거의 비슷하다. 이마저도 내년도 인상률이 얼마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이 줄었다는 주장은 더욱 사실과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8년인데, 이듬해인 2019년 우리나라의 고용자 수는 30만 명 이상 늘어났다. 물건값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아는 이야기다. 그래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당연히 고용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분도 많지만,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고용을 늘리기도 한다고 분명하게 나와 있다.

요즘 민주당의 추락세는 불과 1년 전에 국민들이 180석을 몰아 주었던 정당의 모습이라고 믿을 수 없다. 그 이유가 뭘까? 떨어지는 국민들의 지지를 붙잡아 보겠다고 아무 말이나 뱉어 대니 오히려 국민들이 더 큰 환멸을 느끼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도가 가장 낮은 이대남(20대 남자)에게 잘 보이겠다고 여자들도 군대에 보내자는 망언이 바로 그런 예다. 군 가산점 부활 주장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헌재를 부정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부정하는 태극기 부대나 전 아무개 목사같은 이들과 무엇이 다른가. 정치가는 아니지만 그림을 사고팔 때 정부가 보호해 주지 않는 것처럼 비트코인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며칠 만에 비트코인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선 일도 어처구니없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모든 금융투자는 자기 책임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도대체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보호해 주겠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정부 고위직이나 여당 국회의원들의 언행이 이토록 가벼운 이유는 무엇인가?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에 대한 철학도 없고 소신도 없고 최소한의 도덕심도 없고 심지어는 수치심조차도 없다. 그러니 존재가 깃털처럼 가벼울 수밖에. 업무상 획득한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한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나 대상자도 아니면서 세종시에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은 관세평가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나무랄 일도 아니다. 높은 분들에게서 보고 들은 것이 그것밖에 없는 공무원들에게 무슨 공직의 무거움을 기대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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