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로 방치된 초량 포장마차촌, 뾰족한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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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의 포장마차촌에서 발생한 화재로 점포 10여 곳이 불에 탄 가운데 화재 현장이 한 달 넘게 방치돼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1일 오전 10시 부산역 옆 초량 포장마차촌에서는 불에 타 뼈대만 남은 철근과 그을린 연탄, 가스통, 소주잔 등이 잿더미 속을 나뒹굴었다. 우묵하게 파인 구멍마다 잿물이 고여 악취가 났다.

화재 40일 넘게 도심 속 폐허로
동구청 철거 요청에 상인들 거부
재영업 허가 땐 불법 묵인하는 셈
생계 고려하면 철거도 쉽지 않아

화재 현장을 지나가던 시민 정일형(49·부산 동구 초량동) 씨는 “출퇴근 때마다 이곳을 지나는데 비가 오면 악취가 심해지고 날이 저물면 주변이 섬뜩해져 큰길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0일 화재로 초량 포장마차촌 11개 점포 중 10개가 전소했다. 당시 동구청은 화재 현장을 즉시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화재 직후 동구청은 사고 이후 1차로 상인들에게 자체 철거를 요구했으나 상인 측에서 불응했다.

상인들은 각 영업 구역을 표시하는 철근 구조물을 남겨 달라는 입장이다. 도로 점유에 대한 변상금을 내되, 지난 34년간 해온 방식으로 영업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동구청은 지난 2014년부터 초량 포장마차촌에 도로 무단점용을 이유로 변상금을 물렸지만 영업 중단을 요구하진 않았다.

동구청은 이전처럼 영업을 허가하기는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화재처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뿐더러 재영업을 허가해줄 경우 사실상 불법 영업을 묵인하는 일이 된다는 이유다.

실제로 이번 화재의 재산 피해를 보상할 주체를 두고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포장마차촌 화재로 인근 철도공사 소유 부지에 주차된 차량 5대가 불에 타자 철도공사는 동구청에 보상을 요구했다. 포장마차촌 관리 책임 주체를 동구청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동구청은 책임소재가 구청 측에 있지 않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동구청은 상인들에게 2차로 지난달 31일까지 철거를 요청하면서 행정대집행을 예고했지만, 연기될 수 있다고 협의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동구청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안전 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영업 허가를 내주기도 어렵지만 상인들 생계가 걸려있어 무조건 철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합의점을 찾기 위해 계속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기초의회는 법망 안에서 포장마차촌의 영업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구의회 이상욱 의원은 “34년 역사를 지닌 풍물 포장마차촌의 영업권을 보장할 수 있는 차원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도로점유에 대한 법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동식 영업을 하는 푸드카페 등 새로운 영업방식을 고안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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