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증가에 ‘거제형 고용 유지 모델’ 빛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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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가 더딘 업황 회복에 코로나19 악재까지 덮쳐 벼랑 끝에 내몰린 조선업 대량 실업 사태를 예방하려고 시행한 ‘거제형 고용유지모델’이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어 일감이 돌아오는 하반기까지 핵심 인력인 협력사 숙련공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었는데 고용 유지는 물론 숙련도 향상까지, 기대 이상의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거제시는 작년 11월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모델’을 발표했다. 일감 부족이 해소될 때까지 협력업체가 고용을 유지할 경우, 각종 세제 감면 혜택과 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4개 분야 9개 사업에 국비 등 877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조선 노동자 대량 실직 예방책
거제시 지난해 11월부터 가동
9개 사업에 국·시비 877억 투입
숙련공들 고용 유지·직업 훈련
조선업황 회복하며 재투입 임박

거제는 25만 인구의 70% 이상이 조선업 직·간접 종사자이고, 지역 경제의 90%를 조선업에 의존하는 ‘조선 도시’다. 2019년부터 업황이 살아나면서 반등하는 듯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에 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수주 가뭄은 곧장 고용 위기로 직결됐다. 특히 해양플랜트 물량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면서 협력사를 중심으로 작년 상반기에만 4000여 명이 실직했고, 연말을 전후해 최대 1만여 명이 추가로 현장을 떠나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가장 큰 고민은 숙련공 유출이었다.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기술경쟁력 저하는 물론, 정작 일감이 들어왔을 때 일할 사람이 없게 된다. 이에 거제시는 1월부터 고용유지모델을 가동했다. 목표는 6000여 협력사 숙련공 사수였다. 이후 지난달까지 132개 협력사 소속 조선노동자 2230여 명이 지역특화형 직업훈련과 고용유지 장려금 지원 사업을 통해 실업 위기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우기술교육원, 삼성기술연수원, 진주폴리텍대, 거제대학이 참여한 직업훈련은 일감이 없는 유휴 인력 고용을 유지하면서 업무 숙련도는 향상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뒀다. 현장 평가도 긍정적이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생명수 같은 제도 덕분에 무난하게 위기를 넘기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원·부자재 구매, 임금 등 경상 경비를 지원하는 특별경영안정자금과 중소기업육성자금 융자금 만기 연장, 이자 차액 정책자금도 192개 업체가 415억 원을 지원받아 자금난을 해소했다. 이와 함께 시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사내 협력회사들이 노동자 주택구매 자금 보조, 모성보호 및 일·가정 양립 비용 지원을 위해 만든 공동근로복지기금 법인 2곳에 각각 6억 원을 출연해 협력사 노동자 2만 5000여 명의 생활 안정도 챙겼다. 양사 근로복지기금은 삼성 20억 원, 대우 18억 원 규모다.

다행히 최근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과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도 증가하면서 양대 조선소도 수주량을 늘리며 길었던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수주 공백 후유증이 채 가지지 않은 데다, 올해 수주한 물량이 생산 현장에 풀리려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용과 전후방산업이 제대로 된 수주 효과를 보려면 연말까지는 버텨야 한다. 현장에선 고용유지모델을 내년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변광용 시장은 “울산 동구도 거제형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경남도도 도내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사회적 대타협으로 마련된 정책이 힘겨운 협력사와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돼 다행스럽고, 정책 뒷받침을 통해 일자리를 지키고 기업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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