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혜의 젠더렌즈] 사유리가 쏘아 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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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새길공동체 이사장

비혼의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사유리 씨가 한 방송국의 가족 관련 프로그램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출연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올라 온 적이 있다. 이에 한국한부모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건강한 가정은 ‘형태’가 아닌 ‘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은 사회가 편견을 깰 수 있도록 다양한 가족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 단체의 입장은 비혼 가정에 대한 혐오 문제뿐만 아니라 소위 ‘정상 가족’ 또는 ‘건강 가족’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대되면서 논란이 심화되었다.

‘정상 가족’에 대한 본격 문제 제기
가족도 사회환경 따라 변하는 제도
해결책도 변화 수용해 다양화돼야

가족은 사회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제도이다. 한국 사회가 후기 산업사회를 거쳐 4차 산업혁명기를 지나면서 가족은 구조적인 면에서나 관계적인 면, 가치관적인 면에서 다양하게 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가족 문제도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 구조의 변화는 무엇보다 결혼율과 출생률 감소에 의한 소가족화, 이혼의 증가에 의한 한부모 가족의 증가, 외국인 이주에 의한 다문화 가족의 생성·증가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전 세계에서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는데 앞으로 이대로 가면 곧 인구절벽에 도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단독 가구는 1990년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하고 있는데 최근 비혼율의 증가를 고려해 볼 때 단독 가구는 곧 2세대 가구를 넘어서는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체 가구 중 한부모의 비율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거의 10가구 중 1가구는 한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세계화의 추세와 더불어 결혼 이민자 여성이 급증하면서 이제 ‘다문화 가족’은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이처럼 가족의 구조적 변화와 다양성이 진행되면서 가족 내 관계와 역할도 동시에 변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현상은 자녀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에 변화를 가져왔으며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 활동 참여의 증가는 가족 내 젠더 관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가족 관계를 중시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사회적 관습과 전통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어서 문화적 지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족주의는 공동체적 특성보다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도록 하는 개별적 이익집단으로서 특성, 즉 ‘가족 이기주의’로 변질되었다.

또한 가족의 생존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 세대의 가치관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하는 자녀 세대의 가치관과 충돌을 일으킨다.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한 자녀 세대는 의존과 독립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한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구조적, 관계적, 가치적 변화는 가족을 둘러싼 환경에 의해 비롯된 것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도 가족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세분화되고 다양화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앞으로 가족이 안고 있는 도전 문제는 다음과 같은 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무엇보다 가족이 직면한 도전은 양성평등 의식의 수용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높은 출생률과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국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는 ‘여성 노동’을 지원하는 방향에서 ‘남성 육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노동권과 부모권을 보장하고 있다.

둘째,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해체하고 가족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시각의 확대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가족 정책은 성인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 또는 ‘건강 가족’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다른 형태의 가족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한다면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시각이 확대되어야 하고 그런 만큼 보편주의에 근거한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셋째, 가족의 변화를 고려하여 가족 정책을 수립할 때 다양한 가족에 대한 세부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성별, 세대별, 계층별 구성에 따라 이들의 욕구와 문제도 다르게 나타나므로 이런 점을 고려하여 고용, 자녀 양육 지원, 주거 문제 등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행히 이번에 확정된 ‘제4차 건강가족기본계획’은 급격한 가족 변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사유리 씨가 우리 사회에 제기한 ‘비혼 단독 출산’ 문제나 ‘정상 가족’의 개념 문제도 추후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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