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올림픽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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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올림픽은 10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기원전 776년에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고대 올림픽은 올림피아에서 제우스 신을 기려 4년에 한 번씩 개최한 제전 경기였다. 처음엔 단거리 달리기뿐이었지만 점차 경기가 늘어나면서 5일에 걸쳐 펼쳐졌다. 시인·철학자·예술가들도 참여해 문학과 예술, 연극 등을 겨뤘다. 제전 전후 3개월간은 그리스 모든 폴리스가 휴전했다니 고대 올림픽은 그야말로 ‘평화의 장’이었다.

기원후 393년 제293회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고대 올림픽에 주목한 이가 있으니, 바로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이다. 도시국가로 나눠진 그리스가 오랜 기간 평화를 유지한 것은 올림픽 덕분이라고 판단한 그는 10여 년에 걸쳐 올림픽 부활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1500년간 멈췄던 올림픽이 1896년 그리스에서 다시 빛을 발했다.

하지만 올림픽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제1·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1916년 베를린과 1940년 도쿄, 1944년 런던에서 치러져야 할 올림픽은 취소됐다. 냉전으로 1980년 모스크바와 1984년 LA에서 열린 올림픽은 반쪽에 그쳤다.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는 올림픽 강령은 지나친 상업화 논란과 국가 간 경쟁 속에 잊히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오는 7월 23일부터 치러지는 도쿄올림픽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 창궐로 근현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연기되는 것도 모자라 ‘전염병으로 인한 취소’라는 전대미문의 결정을 놓고 개최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일본 내에서도 취소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쿄올림픽 기간 중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선수 본인 책임이라는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할 것이라는 지난달 29일 보도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대회를 취소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올림픽을 위해 4년 이상 피땀 흘려 준비한 선수는 물론 경기 개최를 위해 혼신을 다한 시민들의 노력을 무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경기를 통해 소통하고 선수와 관객이 스포츠로 하나 되며 영토 분쟁 등의 논란이 없는 올림픽이 되지 못한다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이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윤여진 국제팀장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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