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어 경남서도 반발 사는 해상풍력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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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도 황금어장으로 손꼽히는 통영 욕지도 앞바다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건설 사업 3개가 동시에 추진 중이어서 지역 수산업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어선 수백 척을 동원한 해상 시위를 준비하는 등 조만간 실력행사에 나서기로 해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남해권역해상풍력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욕지도를 중심으로 3건의 해상풍력발전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19년 ‘VERA ENERGY’가 욕지도 서쪽 해상(구돌서 일원)에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한 데 이어, 최근 현대건설(주)이 동쪽 해상(좌사리도 일원)에 허가를 신청했다.

통영 욕지 앞바다 3개 사업 추진
축구 경기장 2만 2000개 면적
“소음·진동으로 수산업에 타격”
조업 어선, 구조물 충돌 사고도
이달 어선 600척 동원 시위 계획

여기에 한국전력 산하 한국남동발전(주)이 남쪽 해상(갈도-좌사리도 사이)에 사업성 검토를 위한 풍황계측기를 설치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욕지도 동·서·남해 3면을 둘러싼다. 발전기가 차지하는 면적은 140㎢로, 국제경기가 가능한 축구경기장 2만 2000여 개를 합친 크기다.

문제는 이 일대가 경남 어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어장 중 하나라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욕지도 인근은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이다. 이미 대규모 바닷모래 채취로 어족자원 고갈이 심각한 상황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풍력단지 소음은 260㏈로 물고기 청각에 이상을 일으킬 정도다. 수중 생태계 파괴로 인한 어자원 감소는 물론 조업 구역 축소에다 충돌 사고 위험까지, 어민 입장에서 백해무익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실제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10일 오후 11시께, 조업을 마치고 모항으로 돌아가던 24t급 사천선적 근해자망어선 A호가 남동발전이 설치한 풍황계측기 하부구조물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뱃머리 절반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시 선내에는 선원 8명이 타고 있었는데,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점·사용 허가를 받아 계측기 설치공사를 하다 어민들이 강력 반발하자 공사를 멈췄다. 수면 밖으로 10m 가량 솟아난 철제 기둥을 위험 신호기도 없이 10개월 넘게 방치했다. 아찔한 사고에도 조치 없이 뒷짐이던 남동발전은 계측기 설치를 마무리하겠다며 작업 중지를 명령한 경남도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에 지역 어민들은 실력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달 중 사고 지점 인근에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대규모 해상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어선 600여 척이 동원되는, 해상 시위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VERA ENERGY의 발전사업 허가와 현대건설의 허가 신청을 무효화 하는 행정소송도 검토 중이다. 두 기업이 ‘주민수용성’ 확보 근거로 동의서를 제출한 욕지도 주민과 어촌계는 사업 대상 해역에서 조업하는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닌 만큼,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대책위의 판단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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