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고 넉 달 기다려야 납품” 철근 대란에 공공사업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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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철근 품귀 현상에 따라 기초지자체 공공사업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자체마다 철근을 납품받지 못해 공사를 중단하거나 공사 기간을 연장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 서구청은 지난달 25일 피란생활박물관 인포센터 건축을 철근 납품이 될 때까지 일시 정지했다고 31일 밝혔다. 이곳 공사에 필요한 철근 조달이 몇 달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공업체가 지난달 13일 제강업체에 철근을 발주했으나 3~4개월 후에 납품할 수 있다는 제강업체의 답변이 온 것이다.

‘피란박물관 인포센터’ 건축 일시 중단
집중호우 침수 예방·복구도 차질
각 지자체, 공정 변경·연장 속출
조달청 “긴급 공사 차질 없도록 최선”

서구청 창조도시과 관계자는 “철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중국산 철근 수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며 “철근을 받는 대로 공사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름 집중호우 철을 대비해 침수 예방 공사를 하는 다른 지자체도 철근 수급 불안정에 따라 공사를 중단하거나 공정 순서를 바꾸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낙동강 스마트 홍수관리시스템 구축 사업을 하고 있는 강서구청은 철근이 필요한 토목공사를 내달 27일까지 일시 정지했다. 강서구청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할 수 없이 토목 공사를 중단했고, 철근이 불필요한 전기나 통신 공사를 먼저 진행한다”고 밝혔다.

철근 부족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로 산지 사면이 무너져 피해를 본 구포 대진아파트의 재해복구공사에도 차질을 안겼다. 북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공사 정상화를 위해 철근 구매 방법을 관급에서 민간으로 바꿔도 납품 시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재해 복구 사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조달청의 방침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산진구에서도 오는 7월 완공 예정이던 부암동 신선마을 공유센터 공사가 일시 정지했고, 안창마을 주민 커뮤니티센터 건립도 애초보다 공사 기간이 17일 길어졌다.

이처럼 공공사업 곳곳에 ‘일시 정지’ ‘공사 기간 연장’ 등 빨간불이 켜진 이유는 철근 원재료인 철 스크랩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적인 철근 품귀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8일 기준 철근 유통 가격은 t당 135만 원으로 연초 유통가 t당 75만 5000원보다 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처럼 공공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조달청에서는 각 구·군에 철근 납품 지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구매 방법을 변경하거나 공사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조달청은 27일부터 시설 자재 수급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강사와 협조 체계를 강화하고, 관급 철근을 유통하는 하치장 재고를 점검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 중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특히 재해복구와 안전시설물 긴급 공사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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