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내가 먼저 대화로 물꼬 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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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현 성 심리학자

“너는 좋겠다. 제부는 말도 없고 잔소리도 없으니까. 요즘 나는 네 형부 땜에 스트레스야. 왜 그렇게 잔소리를 한다니? 늙어서 그러는 건지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만난 언니의 하소연이었다. 속으로는 다 내 맘에 드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싶은 생각을 했지만 그런 말은 해봤자 상대방 화만 돋울 뿐이어서 묵묵히 들어주고 온 기억이 있다.

말이 많은 사람은 많은대로, 말이 없는 사람은 없는대로 환영받는 경우가 있고 서운함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침실에서는 어떨까? 전부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경우가 침실에서는 어느 정도 속삭임을 주고받는, 말 좀 하는(?) 사람이 더 사랑받을 것이다.

요즘엔 아침에 일어날 때 핸드폰이 알람을 울려주고, 자기 전까지도 핸드폰을 이용하다 잠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부부일지라도 침실에서 대화를 하는 시간은 너무 줄어든 상황이다. 손바닥만한 모니터에 눈길을 주느라 서로 쳐다보는 횟수 역시 많지 않게 되는데, ‘베갯 밑 송사’라는 게 이뤄질 수 있을까 싶은 현실이다.

성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성생활을 좋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라는 것을 잘 안다. 꼭 성과 연결짓지 않아도 관계가 좋은 사이는 대화가 그 중심에 있음을 알고 있다. 대화의 핵심인 타인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며 원하는 바를 전달한다면 상호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내가 원했지만 상대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화를 내지 말고 친절하게 잘 설명해야 한다. 물론 그 친절이 진심이 아닌 의도한 전략일지라도 꼭 필요하다.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면서 힘든 때가 사람들의 반응에서 ‘다 아는 것 알려주네. 난 좀 색다른 거 알기를 원하는데?’라는 걸 느끼는 순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을 강조하며 뻔한 이야기부터 늘어놓는가? 뻔한 것을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기본적인 시작을 안 하니 그 다음 동작이 연결이 안 되는 것이다.

달인이나 고수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결국은 분야를 떠나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성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기본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어투나 대화의 내용은 다음 스텝이다. 대화의 첫 물꼬를 터야 한다. 요즘은 부부가 개별 침실을 쓰는 경우도 많으니 침실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결코 쉬운 건 아니다.

모두를, 혹은 모든 면에서 만족시켜주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100세 시대라 하니 살다보면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 100년을 살아도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할 거다. 사람들은 보통 타인의 좋은 면을 보고 부러워하며 갈망하는데 그런 사람들 역시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감추는 모습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내가 갖고 싶거나 원하는 모습은 타인의 것이 나에게 공유되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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